사치·향락풍조의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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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치성 향락산업을 억제하는 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이 마련되리라고 한다.
바야흐로 폭발적으로 성행하는 우리사회의 사치·향락풍조에 대해 정부가 비로소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증거다.
사치·향락풍조의 위험이라고 할 때 흔히 생각되는 것은 나라의 경제구조 문제를 들 수도 있겠으나 더 중요한 것은 사회의 도덕적 위기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사치·유흥·향락이라는 것은 물론 사람의 본능적 욕구추구의 한 표현임에 틀림없다.
편하게 놀며 즐길 수 있는 생활을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편하게 놀며 즐기는 생활이 영속할 수 없으며 그같은 향락의 배후에는 반드시 어두움과 고통과 부조리가 있다는 것으로 해서 그 편함과 즐거움과 놀이의 도덕성이 문제되는 것도 사실이다.
쾌락의 배후에 무상이 있다는 것은 일찍이 부처님의 깨달음이지만 가진 자의 횡포와 오만의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 「못 가진 자」 의 슬픔과 고통이 있다는 것은 역사의 경험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가진 자의 오만과 사치는 못 가진 자의 비굴과 절망처럼 사회의 통합과 안정·발전에 최대의 적임이 지적돼 왔다.
권력이 있고 없거나 금력이 있고 없는 사회계층간의 시의와 질시가 팽배한 사회가 결코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으리라곤 누구도 믿지 않는다.
한쪽에서 질탕하게 사치와 향락을 일삼는 사람들이 활보하는 사회에서 뼛골 빠지게 일해도 겨우 밥이나 얻어먹으며 생활해야하는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살수는 없다.
거기에 지켜야할 나라, 의지할 사회가 있다는 의식이 모든 국민들의 것이 될 리가 없다.
사치와 향락은 어느 의미에서 민주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덕목이겠으나 그것이 절제를 모르고 버릇없는 망아지처럼 날뛸 때는 도덕적 근저를 상실한 추악한 타락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겠다.
지금 우리사회가 치닫고 있는 향락풍조의 양상은 바로 그같은 도덕적 밑바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억원 이상이 투자되는 룸살롱은 지금 세계에 유례없는 규모와 형태를 갖추고 번창하고 있으며 섹스거래를 주업으로 하는 고급여관이 서울에만도 4천2백개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이 외에도 사우나와 헬스클럽, 안마 시술소와 퇴폐적 유흥업소들이 서울을 온통 단말마적 소비와 향락의 도시로 물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면세점 이하의 봉급생활자가 전체의 55%나 되는 현실에서 그같은 풍조가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은 너무 분명하다.
대부분의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을때 금준미주로 흥청이는 것은 도덕적 죄책을 면할 수 없다.
그것은 못 가진 자를 모독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건실하게 살려는 의욕마저 꺾고, 분수를 모르며 덩달아 날뛰며 살게 한다는 점에서 위험스런 해악이다.
그 점에서 가진 자가 절제하는 것은 양식의 결단이거니와 사치·향락산업의 확대를 막고 산업구조를 건전화하며 국민의 건실한 생활기풍을 조장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라는 것을 지적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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