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파일=공짜' 깨고 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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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원수 SK텔레콤 뮤직사업팀장(사진)은 돈을 내고 듣는 디지털 음악 서비스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유료 음악서비스인 멜론을 내놓을 때만 해도 디지털 음악 파일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음원 업계와 통신업계,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또 세계 어느 이동통신사도 멜론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때였다. 게다가 음원 업계는 "SK텔레콤이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으로 디지털 음악 시장을 지배하려 한다. SK텔레콤이 헐값에 음악 파일을 판매하면 음반업계는 쓰러진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멜론은 출시 1년 만에 유료 회원수 400만명을 돌파했다. 이중 매달 정액(3000.5000원)을 내는 정기 회원은 60만명에 달한다. 나머지 회원은 한 곡당 500원을 내고 파일을 내려받는 회원이다. 멜론은 또 100만 개의 음원을 확보했다. 멜론을 계기로 SK텔레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고, 음원 업계는 불법 복제로 인한 경영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 음원 업계는 멜론 수익금 중 절반을 가져가고 있다.

신 팀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일본 소니사 임원의 충격적인 발언을 듣고 멜론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소니사 임원은 신 팀장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돈을 내고 콘텐트를 구입한다. 한국은 통신망만 앞서 있을 뿐, 콘텐트 가치를 모르는 소비자들로 인해 유료 서비스를 개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신 팀장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충격과 함께 묘한 오기 같은 게 발동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공짜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면 다양한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다양한 기기에서 음악파일을 즐길 수 있고, 색다른 경험을 소비자에게 줘야 한다고 팀원들을 독려했다. 멜론은 다운로드 받은 음악 파일을 휴대전화기나 MP3플레이어, 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커팅벨과 같은 색다른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커팅벨은 음악 파일의 일정 부분을 잘라내 휴대전화 벨소리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 팀장은 "멜론이 디지털 음악 세계의 판도를 바꾸는데 어느정도 이바지했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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