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 동맹관계 지금 과연 정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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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미 관계의 이상징후를 알리는 신호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련의 잡음들이 과연 정상적인 관계라면 벌어질 수 있는 것들인지, 특히 동맹국이라는 입장에서 이렇게 가도 괜찮은 것인지 걱정스럽다. 주미 한국공사가 '북한은 범죄정권'이라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발언에 대해 미 정부에 유감을 표명했으나 미 국무부는 "그 발언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미국 인권특사의 면담 요청을 우리의 통일.외교부 장관이 거부했다. 주한미군 재배치를 둘러싸고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갈등은 과거와 달리 이 정권 들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굳건하다"는 이 정부의 말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치닫는 것이다.

과거 미국은 인권특사의 임명발표를 6자회담 개최 이후로 넘기는 등 우리 입장을 고려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한국정부가 불편해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도 북한인권국제대회에 인권특사, 주한 미 대사 등 고위관리들이 참석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대사로서 인권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으며, 이는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다름없다"고까지 강조했다. 북한의 위폐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6자회담 공동성명이 채택된 9월 19일을 전후해 북한 위폐와 관련된 마카오 은행과의 거래를 금지시켰고, 몇몇 북한 회사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켰다. 한국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양국 갈등의 근본은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시각차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미국은 세계전략의 하나로 북한을 대량살상무기를 유포하고 테러를 감행할 위험국으로 간주한다. 또 동북아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같은 민족이라는 입장을 더 부각시켜 남북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여기다가 이념에 경도돼 무조건 반미를 외치는 쪽이 이 정권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도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미국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만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다. 4강에 둘러싸인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강대국의 간섭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어느 강대국과 손을 잡고 이 지역의 균형을 이룰 것이냐 하는 전략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 한.미동맹은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미국 없이는 우리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지금과 같은 대접도 받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한.미동맹을 소중히 생각하고 이를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역시 한.미동맹의 유지라는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북핵해결을 위해서도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물론 미국에도 우리의 국익 차원에서 할 얘기가 있으면 해야 한다. 서로가 동맹이라 한다면 문제가 생겨도 외교라인을 통해 조용히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미국과는 갈등을 불사하면서 왜 북한에는 그렇게 호의적인가. 미국도 한국의 특수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만 양국의 동맹관계가 건전하게 지속될 수 있다. 이런 동맹정신이 발휘된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능히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