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신념"·"원칙"실현이 생명|미국의 「잭슨」후보가 보여주는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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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2윌에 시작된 미국민주당대통령예선은 마지막 단계의 6윌을 앞두고 치열한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다. 초기몇개의 주에서 예선이 끝난후 열을 올리던 8, 9명의 후보자들은 초가을 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이제 남은 경쟁자들은 3명뿐이다. 「카터」정부에서 부통령이었던 「먼데링」, 소장 상원의원 「하트」와 40대의 흑인지도자이며 목사인 「잭슨」이 계속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잭슨」이 당선되지 못하리라는 것은 모든 여론뿐아니라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잭슨」이 여러후보자 가운데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은 물론 그가 진지한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으며 그의 정치적 입장,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세는 참다운 정치가 무엇이며, 참다운 정치인이 어떠한 인물이어야하느냐 하는 보다 보편적인 문제를 재고케한다.
70년대 후반기부터 흑인의 정치적 진출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것은 흑인이 많은 남부지방의 작은도시에 시작하여 이제는 미국 제2, 제3, 제4의 도시인 로스엔젤레스·시카고·필라델피아의 시장이 되었으며 수도 워싱턴·디트로이트의 시장도 역시 흑인이라는 사실로 입증된다. 60년대초에 남부 앨라배마주에서 주정부자체가 흑인이 백인대학에 다니지 못하게 폭력으로 저지하여 큰 정치적 소동을 일으켰던 사실을 생각하면 노늘날 흑인들의 사회적 진출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수없다.
이같은 인종차별의 후퇴는 도덕적으로 당연하다. 그러나 흑인이 오늘날 이룬 사회진출과 평등한 권리가 결코 만족스럽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도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은 계속되고 있고 따라서 모든 미국인이 실질적으로 완전히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있음을 부인할 양심은 없다.
흑인은 물론 여러소수인종의 시민들은 명실상부한 동등한 시민이 되기위해서 외적으로는 기존제도를 개량하고 내적으로는 스스로 그러한 힘을 교육이나 조직을 통해서 꾸준히 쟁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지난 액20년간의 흑인의 평등화는 흑인자신들이 투쟁했다는 사실을 입증할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미국인 전체, 미국사회의 양심이 커왔다는 사실, 미국인 일반의 의식이 발전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잭슨」이 입후보를 결정할때 그가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것 만큼의 호응을 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느점을 고려할 때 그의 입후보는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그 뿐만아니다. 「잭슨」의 배경을 생각하면 더욱 놀랍고 박수를 보내지 않을수없다.
그는 그저 가난한 흑인이었을 뿐만아니라 사생아였다.
그러나 그의 노력, 그의 투지, 그의 양심, 그의 재능이 그를 대학과정을 마치게하고 비폭력 흑인운동의 거인이었던 「마틴·루터·킹」의 협력자이며 동조자로 활동케 했던겅이다.
「킹」의 암살후 그는 목사의 자격으로 수많은설교, 헤아릴 수 없는 정열적인 웅변을 통해서 흑인들에게, 특히 젊은 흑인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자신감을 심어주는데 크게 성공하였고 따라서 끝내는 오늘과같이 흑인의 도덕적인 박력있는 지도자로서 뚜렷하게 군립할수있게 된 것이다.
「잭슨」의 존재, 그의 대통령 후보 출마는 비단 흑인의 발전만을 의미하지도 않고 미국사회의 양심이 컸다는것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현재 몇 개월을 통해 나타난 대통령후보로서의 자세, 그의 정치적입장은 참다운 정치인, 우리가 정말 존경할수 있을만한 정치인의 자세가 어떤것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점에서 근본적이며 보편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치가란 무엇인가? 대통령후보자들이 모여 정견을 발표하고 토론을 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자리에서 젊은이들, 평화민주의자들이 『모든 정치가들은, X같은 놈이다(All Politicians are Pig!)』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야유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정치가들를 이처럼 악평하고 모욕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정치가들은 가장 애국자임을 스스로 주장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지도자라고 스스로 전제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희생하면서 국민·국가를 위해서 봉사하겠다고 떠든다. 그러나 과연 몇사람의 정치가가 이와같은 자격을 갖고있으며 얼마만큼의 정치가가 그러한 순수성을 갖고있겠는가?
물론 정치가들은 정견을갖고 있다. 그들은 투표권자글에게 향하여 그들의 정견과 정책을 밝히고 설득하려고 한다.
국민들은 다양한 정견속에서 자신들의 의견과 일치하는 그의 입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만약 나의 정견이 국민들의 뜻과 맞지않으면 나는 낙선하게 마련이다.
이런 과정이 민주주의의 절차이며 민주주의적 선거의 과정이다. 그러나 사실상 대부분의 경우 정치가들은 자신이 어떤 신념이 있어서 정치가 된것도 아니며 오직 어떤 「자리」를 위해서 후보로 나서는것같다.
이번 민주당 대통령예선을 몇 달동안 관찰할 때 「잭슨」후보는 「먼데일」후보나 「하트」후보와 전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다른 2명과 뚜렷이 구별되는 것은 흑인이라는 점에만 있지않다.
그의 정치가로서의, 입후보자로서의 자세가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낸다. 그것은 그가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당선되어 권력을 잡는데 있지않고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실현시키자는데 있다.
물론 여기서의 문제는 그의 정치적 입장, 그의 정치적 신념이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함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정치인으로서 자세에 있을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비록 양적으로 전체인구의 3%라는 소수를 이루고있지만 미국내애서의 유대계인들은 학계·문학계·언론계·재계에서 뿐만아니라 정치적으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미국의 정치가가 이스라엘과 적대관계를 갖고있는 아랍국가, 특히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것은 거의 터부터처럼 되어있다.
만약 어떤 정치가가 자신의 정치적·도덕적 신념에 따라 팔레스타인 아랍국가를 공공연히 지지하고 나선다면 그의 정치적 생명은 거의 끝나게되는 형편이다. 이런점에서 볼 때 「먼데일」후보나 「하트」후보가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선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래서 그들은 한 예를 들자면 정치적으로 극히 큰 문제를 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당선되면 미국대사관을 이스라엘의 소원에 따라 현재의 텔아비브시에서 예루살렘시로 옮겨주겠다고 선언한다. 앞의 두 후보자들과는 달리 「잭슨」후보는 결코 그러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오리려 그는 아랍국가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며 팔레스타인에 동정을 표명한다. 그런입장 때문에 그는 유대계로부터 맹렬한 공격을 받고 유대계의 극렬단체에 의해서 선거운동방해와 위협을 받고 있다. 그는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혀 난처한 곤경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결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자신의 아랍국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장을 결코 번복하지 않은채 견디고 있다.
거듭 말해서 문제는 「잭슨」의 정치적 입장의 옳고 그름에 있지않다. 중요한 것은 그의 꿋꿋하고 일관성있으며 신조있는 자세다.
그는 정치적권력이 어떤이상이 수단이지 목적자체가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된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우리도 멀지않아 국회의원 선거를 맞게된다. 수 많은 애국자들이 권력의 자리를 위해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들이 그많은 지도자들 가운데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일이다. 정치가들에게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책임이 있다면 국민 한사람 한사람은 그러한 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갖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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