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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넘어선 "일방통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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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푸짐한 잔치를 벌인다고 하자. 안주인의 심로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쩌다가 깡마른 손님을 달랑 상좌에 앉혀 놓기라도 했다가는 끝난 뒤에 딴 손님들로부터 『너무 했어』라는 달갑지 않은 뒷말을 듣게될판 이래저래 고달프게 마련이다. 구경꾼으로선 먼저 위로의 말을 보내고 싶어진다.
지난 12일부터 6일동안 13개팀의 참가로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열렸던 제3회 한국현대무용제가 바로 그런 잔치. 해마다 그 규모를 늘려온 이 무용제에 금년에는 미국에서 「미나·유」와 「클라이브·탐슨」, 일본에서 「후지이·고(등정공)·도시꾜」무용단이 초청되었다.
실로 20년만에 미국에서 이름 그대로 직업무용수로 성장해서 돌아온 「미나·유」(본명 유정옥)는 하룻밤 3개팀 속에 하나로 끼여 있고, 일본팀은 하룻밤이 배정되어 『너무했어』 라는 속삭임이 나올만하다.
그런데 『너무했어』로 끝날 문제가 아닌 까닭은 일본과 우리의 뼈아픈 관계에 있다. 그 아픔을 딛고 어깨동무의 앞날을 실현시키려면 지금부터 철저하게 평등호혜의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
대등한 「교류」가 진행되어야지 일방통행은 「침식」이라는 결과를 불러오고야 만다. 그런점에서 이번 축제는 축제의 뜻을 넘어선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예술적 성과만을 놓고 보더라도 「미나·유」와 「클라이브·탕슨」의 무대는 프로페셔널한 성인들의 예술세계요, 일본팀은 일본적 은유와 오락성이 짙은 고교생 취향의 작품 둘을 보여준다.
소재의 선택과 착상의 묘는 「후지이」라는 작가의 재질이라고 하겠으나 무용단이라기보다 연구소팀의 수준을 못넘는 어린 무용수들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미나·유」와 같은 밤 공연된 한국팀 콘템포러리의 『하나』(금기인 안무)는 이미 발표된 작품이었고 조명이 너무 어두워 작품감상이 어려웠다. 육완순 무용단(육완순 안무)의 『학』은 축제분위기의 대군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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