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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유주현문학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차 모임에서의 장시간 논의 끝에 일단 역사소설에 주안을 두고 대상작품으로 다음 일곱편을 정하였다.
「사도세자빈」(강신재), 「요하」(금형한), 「왕조의 제단」(서기원), 「객주」(김주영), 「노을」(김원), 「변방에 우짖는 새(현기영), 「타오르는 강」(문순대).
이중 「왕조의 제단」과 「노을」 「변방에 우짖는 새」를 제외한 나머지 넷은 3권, 5권 심지어 9권에 이르는 대작들 이어서 읽는 기간을 넉넉히 잡아야 하였다.
2차 모임에서는 일곱편 모두가 제각기의 특색을 지닌 역량있는 작품들 이라는 점에 의견을 모으면서, 다시 후보작을 다음 네편으로 압축하였다.
「사도세자빈」 「요하」 「명주」 「변방에 우짖는 새」
다시 장시간 논의를 벌인 뒤, 「사도세자빈」이나 「변방에 우짖는 새」나 당대의 사료를 풍부하게 섭렵, 각기 독특한 인간 조형을 창출해 내는데 성공함으로써 역사소설의 새국면을 개척한 점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지나치게 사료에 매인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다.
이리하여 끝내는 「요하」와 「명주」가 마지막까지 남게 되었고, 우연한 결과였지만, 두 작품은 우선 분량으로서도 나머지 다섯 작품을 압도하였다.
두 작품을 놓고 곡이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점에 우선 의견을 같이 하였다. 후보에 올랐던 다섯 작품을 포함, 이 두 작품도 우리 역사소설에 우람한 두 봉우리를 보태었다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었고, 특히나 「객주」는 재래적인 뜻에서의 역사소설이라는 범주를 훨씬 벗어나, 우리 장편소설의 새 지평을 열어 놓았을 뿐 아니라, 하나의 정상을 확고히 차지하였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였다.
하여, 유주현문학상 제1회 수상작으로는 김주영작 「객주」를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객주」가 드문 수작으로 평가된 몇가지 특색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9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는 그 넘치는 생동감과 지난날 읽히는 장편소설들이 흔히 빠졌던 통속성이 극복되었다는 점.
둘째, 재래의 역사소설들이 거의 천편일률로 설정하였던 궁중 중심의 무대를 대담하게 밖으로 끌어냈으면서도, 당대의 습속이나 일반서민들의 나날의 살아가는 모습을 폭넓게 소화했다는 점.
세째, 작가의 저의가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고, 안이하게 관념적으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음으로써, 이야기들마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으며, 형상의 완벽을 이룩하였다는 점.
네째,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우리말들을 역사 속의 구체적인 보체들과 함께 풍부하게 되살려 냄으로써, 비단 문화 유산으로 뿐 아니라 살아있는 서민의 역사를 재현시킨 점.
이상과 같은 점이 이 작품의 미덕으로 거론되었다.
김동리·이어령·이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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