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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백성들의 생활 캐러 숱한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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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작품 「객주」를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나름대로 성취감도 느끼고 있으나 부족한 점에 대해 질책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제1회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한 김주영씨는 그러나 자신의 작품을 한국문학의 한 부분으로 평가한 이번 수상결정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하소설 『명주』는 종래 우리역사 속에서 소외되었던 백성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가 써나감으로써 우리문학에 새로운 경지를 연 작품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궁정소설·영웅소설·정치소설이 중심이 되었던 우리의 역사 속에서 백성들이 어떤 집에 살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말한 일은 드물었다.
『그들의 생활·풍습·언어를 재현시키기 위해 경상·전라·경기도의 여러 곳을 당사, 취재했습니다. 판소리·고전소설 등에서 채집하기도 했지요』
녹음기를 들고 다녀 취재여행에서 김씨는 아직도 살아있는 말과 생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객주』는 보부상의 활동을 통해 조선조말엽 상인세력의 대두를 그린 것에도 중요성이 있지만 김씨의 노력에 의해 풍속사적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 큰 성과였다. 그는 장황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당시 백성들의 생활상을 세세하게 드러내었다.
김씨는 『객주』를 서정적으로 써내었다.
『외세와 전쟁, 관료들의 포학속에서 살아온 우리민족의 서정은 매로 피비린내가 나기도 하는 서정이었습니다. 그러한 서정을 지켜내었다는데서 우리민족의 힘이 느껴집니다.』 김씨가 드러낸 서정이 산천의 서정이 아니고 인간의 살냄새가 나는 서정이었음은 당연하다 하겠다.
김씨는 『외촌장기행』 『아들의 겨울』등 장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많이 써왔다. 어느 작가에게나 자기가 꼭 드러내고자 하는 세계가 있게 마련이라고 한다면 김씨의 그것은 장터다. 그는 경배 배부지방의 한 상업 중심지인 진보에서 성장했다. 생존경쟁의 열기를 보았고움직이는 삶을 느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것이 작가적 부담이 되었고 『객주』는 그 속에서 탄생했다.
김씨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 당시 상인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렸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초기 산업사회에서 양산을 위한 체제를 이루었을 공장들과 상인과의 관계를 밝혀내지 못한 점은 흠이 된다고 말했다. 또 작품으로서의 완벽한 구성이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은 『객주』의 약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71년 『휴면기』로 문단에 나온 김씨는 77년부터 『목마위의 여자』 『악력』 『아들의 겨울』을 내놓으면서 문단에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명주』는 김씨의 작가로서의 더 큰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그는 현재 중앙일보에 『활빈도』를 연재중이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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