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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다이어먼드지 쓰보우찌 회장|한국 공업화 너무 집착…농업에 소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경제가 밖으론 어떻게 비치는가. 세계적인 기술혁신의 물결 속에 한국의 진로는 무엇이며 한일 간의 기술협력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이에 대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쓰보우찌·요시오」(평내가웅)일본 다이어먼드지 회장(65)의 말을 들어본다. 「쓰보우찌」회장은 주간다이어먼드, 세일매니저, 프레지던트지 등 21종의 경제관계 잡지를 펴내고 있으며, 일본경제연맹의 국제문화교류협회 등 4개 외곽단체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편집자주>
수많은 빌딩과 지하철, 그리고 북적대는 사람들을 보노라니 한국이 급성장의 과정에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의 한국 경제성장은 정말 놀라운 것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엔 도시인구집중, 농업의 낙후, 소득격차확대, 공해 등이 뒤따른다. 과거 일본이 고통스럽게 경험했던 바다.
경제성장 초기단계에는 농촌인구가 대량으로 빠져나가고 농업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농업이 미처 근대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공업화만 촉진되었기 때문에 식량문제가 발생하고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가 확대된다. 이때문에 결국은 공업부문의 근대화도 실패할 우려가 있다. 이란이 그 좋은 예다. 「팔레비」국왕이 농업을 돌보지 않은 채 급격한 공업화를 서둘렀기 때문에 붕괴되고 말았다.
일본은 농촌이 당면하고 있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종자개량을 추진하는 등 바이오테크놀러지(생물공학)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도 이 점에 착안해야 할 것이다.
농업생산성이 오르지 않으면 공업화에 필요한 노동력부족을 겪게 된다.
너무 경제성장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기반을 다져가면서 착실히 그리고 천천히 성장해야 부작용이 없다.
한국은 크게 발전할 수 있는 2가지 요인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근로자의 근면성이며, 다른 하나는 첨단기술을 밀어붙이는 경영능력이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무역입국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요즘과 같은 보호주의 무드 속의 유일한 활로는 첨단기술의 개발이다. 그러나 첨단기술이나 이의 노하우를 도입하는 데 따른 섭외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한국에 첨단기술을 넘겨주면 오히려 일본기업들이 곤란을 겪게 된다는 이른바 부머랭 현상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첨단기술발전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기술을 습득할 때쯤 되면 일본기술 수준은 다시 또 한 단계 더 높은 데까지 올라가게 된다. 첨단기술에 관한 한 부머랭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기술마찰 때문에 일본기업들이 대한기술이전을 꺼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나는 이것을 한일 국가 간의 문제라기보다 기업 간의 문제라고 보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한국기업의 섭외능력에 따라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한국의 몇몇 기업들은 첨단기술을 일본에서 들여오는 데 성공하지 않았는가.
경제가 전체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제도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정책이 적극적으로 펼쳐져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금관리코스트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금융제도가 현대화되지 않으면 돈이 잘 돌지 않아 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기 십상이고 금리도 상승된다.
자금조달이 용이하지 않으면 결국 경제도 고루 발전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한국의 현재 경제성장과정은 15년 전의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의 급성장이 사회 각 부문에서 많은 부작용을 일으켜왔다는 사실을 눈여겨보고 기반을 다져가면서 좀더 천천히 성장하도록 권고하고 싶다. <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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