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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기술의 혁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집을 튼튼하고 아름답게 지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값싸고 주위 환경에 어울리게, 그리고 대량으로 짓는 일은, 수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주택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요소를 두루 갖추면서 싸게 많이 짓는 일은 적어도 현재의 우리 여건, 폭증하는 주택 수요와 건설비용의앙등을 고려할 때 기존 주택시장에 맡겨두어서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일은 주택공사를 중심으로 한 공공주택 건설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주택정책의 변함 없는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집을 싸고 튼튼하게 대량으로 짓는 일은 여러 주택연관정책의 성공적인 조화가 기본이지만 그 관건은 역시 싼 택지의 확보와 새로운 건축자재의 개발이 아닐 수 없다.
주택기술과 자재, 공법에 관한 한 우리는 일반제조업 분야나 같은 건축의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는 덜 개발된 분야라 할 수 있다.
일반 건축물들이 갖가지 새 자재와 새 공법을 활발히 도입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반 주택분야는 아직도 자재, 공법 등에서 큰 진전이 없는 채 전통적 자재와 보수적인 시공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는 주택의 다양성과 기능성, 효율성의 증대를 제한하거나 건설비용의 절감이나 공기의 단축 등 주택건설의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정부가 값싸고 튼튼한 주택기술과 자재개발에 주도적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런 점에서 기대를 모을 만 하다.
주택기술이나 공법의 개량과 혁신은 거의 전적으로 새 자재의 개발과 연관되어 있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까지 주택공법의 개발이 저조한 것도 주로 신소재의 개발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민간업계의 일부에서 끊임없이 새 건축소재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그중에는 열효율이나 기타 건축자재 기능에서 획기적인 여러 종류의 새 자재 개발을 실현한 경우를 보아왔다. 그러나 이들 민간업체들의 노력은 규모의 영세성과 정부와 일반의 무관심으로 대부분 사장되거나 제한적으로 활용될 뿐이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장기계획을 세워 신소재 개발을 민간과 함께 추진한다면 그 성과가 집약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흔한 선례로 지적되는 일본의 경우 5년여의 장기프로젝트로 기술의 개발, 자재와 공법의 시스팀개발, 그리고 그것을 기업화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주택건설에 크나큰 전환을 가져온 점이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이들의 경험처럼 민간과 정부의 연구조합을 만들든지, 아니면 주택공사의 주도로 연구를 추진하든지 우리 실정에 맞는 시스팀을 만들어봄직한 일이다.
지금은 주택의 기술혁신이 필요한 싯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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