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원인의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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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거에 일어난 나룻배사고의 원인을 보면 한결같이 정원초과, 낡은 배, 안전수칙의 무시, 도선장에 대한 감시소홀 등이었다.
19일 산정호수에서 일어난 보트전복사고 역시 지금까지 숱하게 겪었던 나룻배사고의 원인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었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날의 사고는 야유회를 하던 회사 가족들이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자 정원이 7명밖에 안되는 작은 보트에 2배도 넘는 16명을 승선시킨 것부터 잘못이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분명하지 않으나 선착장이 가까와지자 승객들이 먼저 내리려고 한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보트가 기울어지며 전복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성급하게 서두르다가 배의 평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1의 안전수칙을 무시해버린 것이다. 사고가 난 보트를 보면 이름만 모터보트일 뿐 낡은 나무배에다 모터를 붙여 산정호수를 운항하면서 놀이객들을 태워온 것이었다. 당국은 이와 같은 모험운항에 대해 아무런 사전조처가 없었던 것 같다.
산정호수에는 임시파출소가 설치돼 경찰관이 파견돼 있었으나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천둥이 치는 급박한 상황에 놀이객들이 우왕좌왕하는 도선현장에서 질서를 감독하지 않고 사고 후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했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경찰이 유원지에 파견돼 있는 목적은 그런 사고를 미리 막자는 데 있다. 그러나 일단 갑작스런 기후의 변동이나 사고의 위험이 예상됐을 경우에는 가장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많은 지점에 대한 집중적인 감시와 감독에 인력이 집중돼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결국 행락객들의 무질서와 서두름, 당국자들의 감시·감독 소홀이 빚은 사고였음이 분명하다. 지난 69년 경남 창령군 남지읍 남지시장 도선장에서 추석장꾼들을 태우고 낙동강을 건너다 배가 뒤집혀 80여명이 목숨을 잃었던 나룻배 전복사고의 원인이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비단 남지 도선장의 사고 경우만이 아니고 지금까지 발생한 수많은 나룻배 전복사고가 한결같이 똑같은 원인으로 일어났던 것이다. 사고가 한번 일어나면 다시는 그 원인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은 『설마…』 하는 방심 때문이다.
행락철 뿐 아니라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쉬운 우기에는 특히 나룻배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우선 각 도선장에 대한 감독과 점검이 있어야 될 것이다. 관계 기관은 전국의 도선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여 위반 도선업자에 대해서는 강경한 조처로 임해야 할 것이다. 또 안전요원을 배치하여 정원이 초과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할 일이다. 특히 행락철에는 술에 취한 행락객들이 자칫 무리한 승선을 요구하거나 선내에서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경우에 대비하여 안전요원의 동승이 절대 필요하다.
이에 앞서 더욱 바람직한 것은 도선객들의 자발적인 질서 지키기임은 물론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대로 바쁘거나 시간이 없다고 해서 승선질서를 외면하고 서두르다 보면 결국 참변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목숨을 잃어가면서 바삐 서둘러야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시는 이같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국민 스스로가 질서를 지키고 당국의 감독이 강화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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