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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의 경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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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담뱃갑 네 면에 경고문이 붙게 됐다. 17년 전부터 시행된 『흡연은 당신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란 경고가 이젠 한마디만으론 부족했던 모양. 미국의 경우지만 그 파문은 만만찮게 클 것이 분명하다.
미 하원 경제통상위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법안은 담배의 해독에 대한 일반의 경각심을 더욱 높이자는 뜻을 담고 있다.
담배의 해독을 경고한 주장들이 그게 처음은 아니지만 꽤나 인상적인 조처다.
최근 미국 정부는 흥미 있는 조사보고서도 내놓은바 있다. 『담배 소비의 추세-1964∼84년』이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끽연자는 감소했으나 「헤비 스모커」(담배를 몹시 피우는 사람)는 오히려 증가했다.
현재 미국내 끽연자는 5천3백만명. 국민 1인당 담배소비는 63년 4천3백45개비에서 83년 3천5백12개비로 줄었다.
성인 남자 중 끽연자는 52.1%에서 37.9%로, 여자는 34.2%에서 29.8%로 각각 줄었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전매공사는 지난 2월 일본 끽연 남성의 끽연율이 사상최저인 66.1%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그것은 66년에 83.7%까지 올라갔던 기록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성도 15%에서 계속 낮아지는 추세.
끽연율의 감소는 그 해독 때문이지만 사회적 제약이 강화된 것도 한 원인이다.
담배는 피우는 사람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건강에도 피해를 준다는 것이 최근 연구결과 밝혀졌기 때문.
영국 국립중독연구소는 82년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지에 발표한 보고에서 담배 연기가 자욱한 사무실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3개비의 담배를 피울 때 흡수되는 니코틴을 체내에 흡수, 축적한다고 발표했다.
금연지역이 확대되고 혐연권의 보장 추세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73년 애리조나주에서 엘리베이터 끽연 제한조처가 있은 후 공공장소에서의 끽연 제한이 점점 강화됐다.
가장 역사적인 조처는 지난 3월 1일부터 시행된 샌프란시스코시의 금연 조례. 사무실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다른 사람이 거기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애연가들의 불평이 폭발했지만 투표에서 결정된 일이라 어쩔 수 없다. 국제선 비행기 안에도 끽연석은 뒤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다. 특히 그 자리는 후진국 사람들 차지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의 담배회사들이 우리나라와의 합작공장건설을 타진할 만도 하게됐다.
우리라고 다를 순 없다. 끽연율이 줄어드는 시대상황에 맞는 끽연윤리도 마련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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