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불붙은 전쟁터를 외면한 92의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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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하이라이트>
○ . 김명완 7단(한국) ● .후야오위 8단(중국)

김명완 7단에겐 신예대회서 두번 준우승한 만만치않은 경력이 있다. 하지만 그가 4연승으로 본선진출권을 얻은 것 자체가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김명완은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국의 왕레이(王磊)와 일본의 쓰루야마(鶴山淳志)를 연파하며 당당 세계 8강에 올랐다. 3년전 월드컵에서의 한국축구를 보는듯 했다.

8강의 상대는 중국의 후야오위(胡耀宇) 8단. 이 막강한 실력자를 꺾는다면 김명완은 진짜 한국축구처럼 날아오르게 될 것이다.

장면1= 백을 쥔 김명완 7단이 현재까지는 전혀 밀리지 않고있다. 실리는 백이 좋다. 다만 중앙 백△ 두 점이 미생이고 이 부근의 흑이 꽤 두텁다는 점을 계산해야 한다. 박영훈 9단은 "전체적으로 팽팽한 국면"이라고 말한다.

후야오위가 87로 연결하자 김명완은 88로 좌변을 살아둔다. 정수다. 흑 89는 멀리 백△들을 겨냥하며 제공권을 잡으려는 수. 90 때 91도 같은 맥락이다. 평탄한 듯 보이기에 더욱 난해한 바둑인데 여기서 백의 최선은 무엇일까.

<참고도> 백1의 절단이 이 장면의 최선이었다. 흑이 귀를 살 때 5로 연결하며 자연스럽게 흑의 두터움을 지운다. 좌측 흑도 미생이어서 백도 중앙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장면2= 김명완의 다음 수는 놀랍게도(?) 92의 젖힘수였다. 김명완은 왜 전쟁이 발발한 하변을 외면한 채 동떨어진 92의 곳을 젖혔을까. 이게 바로 실전의 미스터리다. 강력한 중압감 속에서 문득 엉뚱한 곳으로 손이 나가고 만 것이다. 기회가 왔음을 느낀 후야오위는 재빨리 하변을 선제하며 강력하게 중앙을 차단하고 나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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