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아이들 흉내내기 바쁘다/이오덕씨「아동문학의 빈곤」서 지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 아동문학은 주제가 빈곤하고 또 작가들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지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동문학가 이오덕씨는 「아동문학의 빈곤」 이라는 글 (이대학보)에서 이같이 말하고 가장 순수한 정신에 호소하는 문학으로서 아동문학이 정착할수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우리 아동문학이 시고 동화고 소설이고 간에 무엇때문에 썼는지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주제가 빈곤하다고 들었다.아동문학이 아이들에게 주는 문학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문제점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것. 아이들의 문제를 잡지 못하기 때문에 아동문학이 하고싶은 절실한 내용이 없는 글,재미없는 글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그러한 상태에서 일부 아동문학가들이 『아이들의 혀짤배기 소리를 흉내내어 그것을 동심이라고 미화하는 장난감 문학을 하거나 시에서 감각적인 말의 기교를 부리고 동화에서는 일부러 구성을 복잡하게 하고 문장을 베베꼬아 쓰는』 아동문학의 본질에 벗어나는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고 보았다.
아동문학이 아이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또 하나의원인으로는 독자의 나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데서도 찾아진다.어떤 동화책이 나왔을 때 그것이 국민학교 1,2학년이 읽기에 적합한가 3,4학년이적당한가 혹은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얘기책인가 표시가 전혀 없다는것.
이씨는 1,2학년과 5,6학년은 사물에 대한 인식에서나 말과 문장에 대한 이해에서나 엄청난 차이가 나는데 대부분의 동화책들이 이러한 점을 고려치않고 있으며 그것은 불친절해서가 아니라 작가들이 애당초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쓴데서 찾아진다고 말했다.
동시의 겅우데는 작가들이 스스로 독자의 폭을 줄여버렸다고 지적했다.원래 동시는 중학생까지 읽을수 있도톡 써야하는데 도리도리 짝자꿍으로 어린애들 귀여움에 빠졌다가 자연연풍경을 관광하거나, 감각적인 말의 장난을 하니 중학생들이 읽을 재미가 없다는것.
그래서 중학생이 되면 지금까지 읽었던 동시를 유치한 것으로 생각해서 전혀 보지않고어른들의 시를 읽자니 이해가되지않아 시를 읽을수 없게 되거나 어른 흉내를 내는 연대가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일부 아동문학가를 제외하고많은 사람들이 자비로 작품을 출판하고 있는것도 문제점으로거론됐다.이씨는 그것이 문단과 문학에 좋은 영향을 주기보다는 해로운 영향이 많다고단정했다.
대체로 아이들이 읽어줄 가능성이 희박하고 따라서 상품가치가 없어 출판사에서 기획·출판하기를 꺼리는 작품집들이 자비로 나오는데 일단 나온 동시집이나 동화집들은 그것이 유상이든 무상이든 아이들 손에가기 마련이니 해독이 우려된다는 생각이다. 이씨는 만약 문예진흥원에서 출판비지원을 해주는것이 이런 작품집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저질의 작품을 권장하는 일이된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