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球와 함께한 60年] (40) 군산상고 출신 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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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군산상고와 관련한 얘기들을 마무리하면서 선수들의 진학과 취업에 얽힌 사연을 정리해 보겠다. 나는 친분있는 야구인들을 모두 동원해서 최대한으로 군산상고 출신 선수들의 취업을 주선했다. 그래야 군산상고의 평판이 좋아지고 우수한 유망주들이 조금이라도 더 찾아올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군산상고 야구부 1회 졸업생은 1971년 배출됐는데 그 가운데 5명이 제일은행. 한국전력.농협.상업은행 등에 취직이 됐다. 당시는 대학 진학보다 실업팀 입단을 더 선호할 때였다.

이들이 취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박현식(제일은행).김영조(농협).장태영(상업은행) 등 나와 친분이 두터운 실업팀 감독들이 내 부탁을 들어주었던 덕분이었다.

1972년 졸업한 2기 가운데는 나창기(제일은행).김용배(한국전력).유희명(상업은행)등이 순조롭게 실업팀에 입단했으나 동기인 하태문과 최병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해 취업이 어려웠다.

나는 기업은행 허호준 감독에게 이들을 1년동안 데리고 있어 보고 그 뒤에 입단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허감독은 1년 뒤 1루수로서 가능성을 보인 최병태를 정식으로 받아줬다. 그러나 하태문은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다.

하태문은 결국 1년 후배 김봉연이 연세대에 진학하면서 함께 연세대로 갔다. 그는 입학 당시에는 김봉연의 그늘에 가렸지만 나중에는 팀의 주장까지 했고, 졸업한 뒤 제일은행에 입단, 현재는 전주에서 제일은행 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봉연과 함께 팀의 기둥이었던 김준환은 상업은행 장태영 감독이 간절히 원해서 상업은행으로 갔다. 김준환은 최관수 감독이 "발이 느려서 성장 가능성이 없다. 야구보다 학업에 전념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으나 부단히 노력해서 실업야구는 물론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군산상고 선수들을 많이 받아준 대학 감독은 김진영 중앙대 감독, 배성서 동국대 감독을 들 수 있다. 김진영 감독은 김봉연.김준환과 동기였던 현기봉을 시작으로 매년 한두명씩을 받아주었다.

또 배성서 감독은 78년 야구부 8기생들이 졸업할 때 김성한 현 기아 타이거즈 감독을 스카우트하면서 5명이나 더 받아주었다.이 때는 나와 동국대 총장 이선근 박사와의 인연도 큰 도움이 됐다.

이선근 박사는 한국전쟁 때 서울 문리대 교수였으나 전쟁이 나자 국방장관이 특별히 요청해 국방부 정훈국장을 지냈다. 나는 그때 갓 입대한 육군소위로 국방부 정훈장교였다. 또 내 작은 아버지와 이선근 박사는 홍익대 건립을 주도한 인연이 있었다.

78년 군산상고 졸업생 가운데 김성한은 군계일학이었다. 배성서 감독은 그해 영남대에서 동국대로 자리를 옮겼고, 이선근 박사는 영남대 총장에서 동국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배감독은 김성한을 스카우트하려 했다. 나는 "김성한을 데려가려면 동기생 다섯명을 더 데리고 가라"고 요구했다. 배성서 감독은 자신의 힘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이선근 총장을 직접 만나달라고 했다.

나는 이박사를 만나 "선수들을 다 데려가면 동국대는 분명히 좋아집니다. 꼭 받아주십시오"라고 요청했고 이박사는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군산상고는 동국대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됐다. 현재 프로야구 코치가 된 김평호(두산), 이건열.백인호(이상 기아) 등도 이런 인연으로 동국대에 진학했다.

이용일 前 한국 야구위원회 사무총장
정리=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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