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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황우석 교수 … 복귀 결정한 뒤 "죽더라도 실험실서 죽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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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대병원을 퇴원한 황우석 교수가 12일 오후 충남 홍성의 돼지 농장에서 무균돼지 체세포 복제란 이식실험을 하고 있다. [홍성=연합뉴스]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12일 연구실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달 12일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제럴드 섀튼 교수의 결별선언 이후 한 달간 힘겨운 시련을 겪어야 했다. 난자 기증자 보상, 연구원 난자 제공, 줄기세포 진위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됐기 때문이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측근의 증언을 토대로 황 교수가 보낸 지난 한 달을 재구성한다.

◆ 'PD수첩'의 취재=10월 31일 MBC PD수첩팀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황 교수를 취재했다. 이 자리에서 황 교수는 "원하는 것을 모두 줄 테니 검증해 봐라. 줄기세포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오전 2시30분쯤 황 교수는 연구실에 혼자 있었다. 황 교수는 "창밖으로 칠흑 같은 밤을 보고 있다. 과학자에 대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렇게 한 시간 이상을 보내고 연구실을 나섰다.

11월 5일 황 교수 연구팀의 일원인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 연구실에서 대책을 논의했다. 황 교수와 안 교수,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강성근 교수 등이 참석했다. 황 교수는 "앞으로 내가 과학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연구팀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말했다.

◆ 섀튼 결별 선언에서 사과 기자회견까지=11월 12일 섀튼이 결별을 선언하자 황 교수는 "섀튼이 연구원 난자 제공 사실을 전부터 알고 있었고 사정을 이해한다고 했는데…모르겠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결별 사흘 전인 9일 미국에서 섀튼에게 사실을 얘기했고 그 전에도 그런 얘기를 다 했다고 한다.

연구팀 내에서 "섀튼은 이기적인 인물"이라는 비판이 일자 황 교수는 "섀튼도 우리 후속 연구가 뭔지 알고 있다. 공동 연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니 지켜보자. 다른 이유가 있을 거다"며 연구원들을 달랬다.

MBC PD수첩의 강압 취재를 받은 섀튼 연구실의 김선종 연구원이 11월 18일께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황 교수는 "누가 선종이를 저렇게 만들었어. 절대 용서 못해"라고 말했다.

11월 22일 PD수첩이 방영한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을 보고나서 "모든 걸 털고 가겠다"며 기자회견문을 만들어 달라고 연구진에게 당부했다. 30여 명이 도움을 자청했다. 황 교수는 "'내가 죽어야 한국 과학이 산다'며 모든 공직, 서울대 교수직, 연구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나 연구원으로 돌아가겠다"고 나섰다. 측근들이 말려 서울대 교수직과 연구책임자는 그대로 유지했다.

11월 24일 오후 황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연구원 난자 제공 사실을 시인하고 공직사퇴를 선언했다.

◆ 잠적=황 교수는 기자회견 직후 종적을 감췄다. 당초 충남-서울 근교-수도권 순으로 절을 옮겨다닌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경기도 용인 양지IC 부근의 한 민가에서 계속 기거했다.

11월 27일부터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매일 연구팀과 만났다. 007 영화처럼 만났다. 양지IC 주변의 공터와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 서울 서초동 서초구청 주차장 등을 번갈아 이용했다. 황 교수가 직접 운전해온 승용차나 강성근 교수가 몰고 간 승합차에서 만났다. 11월 27일 양지 IC에 나온 황 교수는 벙거지와 선글라스를 쓰고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촌로'의 모습이었다.

당시 줄기세포 진위 논쟁이 본격화하자 황 교수는 "나 과학 안 해. 과학자를 죄인으로 몰면서 무슨 과학을 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황 교수는 "연구실을 폐쇄하겠다. 서울대 교수직도 사표 내겠다. 자연인으로 돌아가 경기도 광주의 목장에서 소나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에 "여러분도 같이 하겠느냐"고 물었고 이들도 "같은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11월 29일께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나타난 황 교수는 "이런 식으로 가면 대한민국을 떠난다. 한국에서 과학을 안 한다"고 말했다.

이달 4일에는 분위기가 좀 살아났다. 황 교수팀은 양지IC 근처 청소년수련원의 방을 빌려 MBC '뉴스데스크'의 사과방송을 함께 시청했다. 이 무렵 황 교수는 "이제는 사사로운 논란에 대응하지 말고 연구에 복귀하자"고 제안했다.

◆ 입원 그리고 정면대응=5일 황 교수는 서울로 올라와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6일 저녁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로 한 뒤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병원 내 세계줄기세포 허브에 들어갔다. 황 교수는 확산되는 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대해 "사필귀정이다.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다. 최소한 30명의 외국 전문가들이 줄기세포를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잠을 거의 못 잤고 밥도 거의 못 먹었다"고 했다.

7일 오전 3시 측근이 환자로, 의사가 보호자로 가장해 휠체어를 타고 4510호 병실까지 가는 예행연습을 한 뒤 보도진을 따돌리고 입원했다.

입원 후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8일 황 교수는 "논란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너무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10일 복귀를 결심했다. 그는 "내가 죽더라도 실험실에서 죽겠다. 연구원들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정면돌파 의사를 밝혔다. 이어 11일 서울대 노정혜 연구처장에게 서울대가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밤 잠이 오지 않아 수면제를 복용했다.

특별취재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신성식.김정수.박성우.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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