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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ㆍ공모주 좇아 초단타 투기 극성

조인스랜드

입력

초저금리를 피해 고금리를 쫒는 3백80조원의 떠도는 돈이 자금시장 곳곳에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이 돈이 부동산에 몰리면 부동산 과열이,공모주에 몰리면 공모주 경쟁이 일기 일쑤다.조금만 더 금리를 얹어주는 금융상품이 있으면 불문곡직 자금이 이동한다.그러다 보니 금융 시장이 급냉·온탕을 거듭하면서 자금흐름이 왜곡돼 투기판처럼 변해가고 있다.

◇수익률 따라 좌충우돌=최근 외환은행은 하이브리드 채권을 판매해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이 은행이 지난 16일부터 판매한 2천5백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 채권은 이틀만에 모두 팔렸다.

국민은행도 26일부터 3천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를 전국 지점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해 이날 하루만 4백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하이브리드(Hybrid·신종 자기자본증권)는 주식처럼 만기가 없고,채권처럼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준다.정기예금보다 높은 연 6∼8.5%의 확정 금리를 주지만,은행 사정에 따라 이자를 주지 않을 수도 있는 증권이다.

냉탕이던 공모주 시장이 깨어난 것도 부동자금 덕분이다.지난 14,15일 게임업체인 웹젠의 공모주 청약엔 역대 코스닥시장 역대 두번째인 3조3천50억원이,그 직후 이어진 씨씨에스의 청약에도 2천38억원이 몰렸다.

이처럼 공모주 시장에 부동자금이 몰리자 올들어 시장 눈치만 보며 공모를 늦춰왔던 기업들이 6월 이후 등록 청구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올들어 5월까지 1백75개 기업이 예비심사를 청구하겠다고 했지만 주식시장 침체로 지난 26일 현재 41개사만 심사를 청구했다”며 “그러나 최근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다음달부터 심사 청구를 계획하는 회사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은 더하다.정부 규제의 틈새를 찾아 부동자금이 급속히 몰렸다가 수익을 올리고 빠져나가는 ‘초단타 투기성 투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이처럼 부동자금이 방향타를 상실한 채 수익률 게임을 벌이자 은행들은 6개월짜리 초단기 주가지수연동예금,주식거래·신용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보너스 금리를 주는 파격적인 상품으로 내놓고 눈길끌기 나섰다.

반면 주식·회사채 시장은 냉대를 받고 있다.지난 3월 10일 역대 최고인 62조원에 달했던 머니마켓펀드(MMF) 수신고는 SK글로벌·카드채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근 37조원으로 두달새 20조원 넘게 줄었다. 빠져나간 MMF자금은 은행권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증시로의 유입은 거의 없었다.

안전한 국공채를 선호하는 대신 카드채를 포함한 회사채는 거래조차 잘 이뤄지지 않는 채권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여전하다.

◇자금 부동화 현상 더 심해질 듯=자금의 ‘떠돌이’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MMF 수탁고가 급격히 늘어났다.부동산 시장 과열도 해를 넘기고 있다.경기 부양에만 신경을 써온 정부의 일관성없는
대책이 준비안된 저금리 시대의 함정을 자초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권 전무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더 늘게 된다”며 “그 경우 시중금리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부동자금이 확대되면서 수익률을 따라 돈이 몰려다니는 최근의 현상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상황이 심해진다면 과거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부동산 등 실물경제의 거품으로 이어지고 거품이 꺼질때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투기 억제책 등 ‘두더지 잡기식’의 처방만으로는 부동 자금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며 “먼저 채권 등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이른 시간 내에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KDI국제정책대학원 남일총 교수는 “지금은 금리를 더 내릴 수도 없거니와 가계와 기업 부실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며 “정부는 금융시장안정·부실기업 정리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 되더라도 금리를 다시 올려 부동자금의 투기화를 막는 게 현재로선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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