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치 양식 성공 싼값에 식탁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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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쇠고기'라 불리는 참치, 그 가운데서도 참다랑어(일명 혼마구로)는 맛은 월등하지만 어획량이 턱없이 적어 한 마리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고가품이다. 그런 참다랑어를 싼값에 맛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일본 긴키(近畿)대가 양식에 성공해 상품화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문턱 높기로 유명한 도쿄 미쓰코시 백화점에 진출했다.

긴키대의 성공은 구마이 히데미(熊井英水.69.사진) 수산연구소장의 32년에 걸친 집념의 산물이다. 사실 수산업계에서 참치 양식은 불가능의 대명사였다. 과도한 산소 요구량을 맞춰주기 어렵고 덩치에 걸맞지 않게 환경에 민감한 체질이기 때문이다. 구마이 소장은 "1970년 연구를 시작하면서 어민에게 도움을 구하자 모두 '바보 같은 짓'이라며 말렸다"고 회고했다. 양식 과정을 보자. 먼저 어린 참치를 잡아 양식장에 풀어 놓았더니 한 달을 못 버텼다. 그물에 부딪쳐 생긴 상처로 인한 세균감염 때문이었다.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낚시로 한 마리씩 잡아 올린 새끼 참치가 성장해 처음으로 양식장에서 알을 낳게 하는 데까지 9년이 걸렸다.

다음 단계는 알을 인공부화해 성어로 기르는 일. 하지만 160만 개의 알에서 태어난 치어들은 47일 만에 모두 죽었다. 서로 잡아먹기도 했고 온도와 염도 등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96년엔 5㎝까지 기른 치어 3800마리를 양식장에 풀어 놓았더니 다음날 아침 떼죽음해 떠올랐다. 엑스선 촬영 결과 원인은 두부 골절. 양식장의 그물벽에 충돌한 것이 틀림없었다.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됐지만 한밤중 양식장 주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에 흥분해 돌진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불빛 차단막을 쳤습니다."

2001년엔 애써 길러 놓은 참치가 곧 생식력을 갖춘 성어가 될 무렵, 수백 마리가 태풍으로 몰살당했다. "잠수복을 입고 양식장 밑으로 내려간 연구원이 20마리가 살아남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녀석들이 이듬해 6월 알을 낳았고 거기서 1만7000마리의 치어가 태어났습니다. "

양식장에서 길러진 어미에게서 태어난 새끼가 자라 다시 알을 낳는 번식 주기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태어난 치어가 길이 1m, 무게 20㎏까지 자란 지난해 9월 긴키대는 시판을 시작했다. 소비자는 "자연산에 비해 손색없는 맛"이라고 평가했다. 첫해엔 250마리를 팔았지만 3년 후에는 연간 10만 마리의 안정된 생산이 예상된다. 이때쯤이면 길이 2.5m에 무게 300㎏의 성어도 내놓을 수 있다.

책에도 없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기술을 끝없는 시행착오 끝에 결국 터득한 구마이 소장은 "더 큰 목표가 남아 있다"고 말한다. 양식 참치의 치어를 바다로 보내 천연 참치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참치 남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고, 전 세계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일본인의 식습관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 보겠다는 얘기다.

구시모토(와카야마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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