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못하나 | ― 미국 첨단기술의 대일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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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이 최근 신소재개발등 첨단과학기술을 일본기업에 개방하기로 한 것은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다.
그것은 국제적인 첨단기술 개발경쟁 시대에 미국이 중요한 첨단기술들을 경쟁상대국인 일본에 이전해주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며 그같은 어려운 거래를 이끌어낸 일본정부의 교섭 능력에 대한 부러움에 기인한 것이다.
특히 이번 미국의 기술개방은 4백개를 넘는 미국국립연구소중 최대의 샌디아국립연구소와 제3위의 로스앨라모스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들 연구소들은 모두 로키트와 레이저등 군사기술의 연구로 유명할뿐 아니라 의료기기,신소재,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생명공학과 컴퓨터등 첨단기술분야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이번 로스앨라모스연구소가 일본에 제공하는 첨단기술은 한꺼번에 1백90항목에 이르며 샌디아연구소는 각기업과 개별접촉으로 더 많은 기술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연구소들의 기술개방결정은 우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기업의 응용기술을 그 댓가로 받아들여 이용해 보자는 계산이 있다.
이미 미국은 지난1950년부터 78년까지 일본에 3만2천여가지의 기술을 수출했었다. 그 대가는 겨우90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이 이들 기술의 연구·개발에 무려 5백억달러를 투입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헐값으로 일본은 귀중한 기술을 사들였던 것이다.
그렇게 사들인 기술을 기초로 일본은 여러 분야에서 미국을 뒤따를 수 있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미국을 능가할수도 있었다.
실제로 최근 전미상공회의소는 국무성에 제시한 조사보고서에서 광섬유, LSI등 12개 첨단기술분야에서 미국은 일본에 뒤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 실상을 알면서 또 미국쪽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본에 이번 처럼 대량의 첨단기술을 재공한 것은 기술 선진국들의 보완적·호혜적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해야 할것이다. 반면 일본의 끈질긴 기술도입 로비능력도 실감케 된다.
그 사실을 보면서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게 원천기술도 아닌 가공기술, 첨단기술이 아닌 중급기술을 이전해주고 인색하게 「부머랭효과」를 들먹이고 있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일본의 엄살은 불쾌하지만 우리는 그나마라도 최신·첨단기술을 도입하지 않을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 당면한 우리의 과제는 기술도입을 다변화하여 구미의 기술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일부 대기업이 앞장서서 개척하는 기술도입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중소기업들도 어려움 없이 기술을 도입할수 있는 길이 열려야겠다.
특히 이번 일본의 미국기술도입에서 본것처럼 미국의 일류 연구소들에 접근해서 최첨단 기술을 획득하는 정부 차원의 거시적이고 적극적인 기술휙득 노력은 더욱 절실하다.
첨단과학기술을 통한 기술입국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의 처지에선 정부가 최첨단기술 도입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부는 더욱 크게 눈을 뜨고 첨단기술 도입 노력에 분발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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