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산고못지않을 "자생력회복" 몸부림|1단계 영입이후의 민한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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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한당이 6일 1, 2차해금에서 풀린 구신민·통일당등 구야권의원 20명을 받아들임으로써 야권의 1단계 영입작업은 마무리 됐다.
1차해금 후 1년이 지나도록 단 한명의 영입도 없다가「2·2」 2차해금후 41일이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야권영입이 이뤄진 것은 12대총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신당을 억제하고 제1야당의 위치를 지켜야할 민한당의 입장과 해금정국의 현실적 제약속에서 민한당외의 뚜렷한 대안을 찾을 수 없었던 해금자들의 조건이 야권단합이란 명분아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구야권 해금자들로서는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구심역할을 할만한 사람도 없는 신당을 막연히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였으며 그들에게 주어진 현실적인 출구라곤 민한당 뿐일수 밖에 없었다.
아뭏든 민한당으로서는 야권의 해금 전직의원 40여명증 정치재개의 의사가 있는 30명의 3분의 2를 이번에 받아 들였다는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중에서도 5·17사태로 의원직을 중도에서 그만둔 10대신민당 의원해금자의 경우 21명 가운데 12명이 민한당을 선택했다.
정치일선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고흥문씨, 정가에 얼굴을 나타내지 못한 정운갑씨를 제외하면 이 역시 3분의2에 가까운 숫자다.
그 밖에 김수한·이택돈씨는 태도표명을 보류하고 있고 최형우씨는 외부와와 연락을 스스로 끊고 있다.
박용만·김형광씨는 입당의향이 있었으나 공천보장등이 걸려 참여를 유보한 상태이고 현재 미국에 유학중인 정대철씨는 4월하순께 귀국한 뒤 민한당에 입당하리란 소문이 돌고 있어 민한당이 2차까지의 해금자의 절대다수를 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세가 압도적으로 민한당에 기우는 바람에 신당출현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유일하게 신당을 추진했던 한건수씨는 재야당수급 인사들의 회동을 주선하는등 한때 활기를 띠어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등장할듯이 보이기도 했으나 재야의 지원획득에 실패하고 해금자들의 진로가 민한당으로 굳어짐에 따라 신당움직임은 중단상태에서 주춤하고 있다.
그동안 민한당영입교섭 과정에서 잠깐이나마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중재·박해충·박일씨등 2차해금 중진들이 민한당의 체질개선을 내세워 당직전면개편등을 요구할 속셈으로 해금자합동모임을 추진하려 했으나 황낙주씨 중심의 10대의원 그룹에 제동이 걸렸고 양측의 입당 후 당직·공천을 겨냥한 주도권다툼은 한 때 영입교섭을 장기화시길 정도로 불협화를 낳았다.
결국 유치송총재가 직접 해금자들과 접촉하며 입당을 권유하는 등 이니셔티브를 취함으로써 양측의 갈등은 일단 가라 앉았으나 앞으로의 당직경쟁과정에서 재연될 불씨로 남아 있는 셈이다.
영입과정이 유총재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은 앞으로 예상되는 당내문제 해결에서 유총재의 입장을 한층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해금인사를 대폭 영입한 민한당이 앞으로 어떤「색조」를 띨 것인가가 관심거리다. 민한당은 그동안 야당의 정통성을 이었다고 자처해 왔지만 인적구성이나 원내활동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민한당이 해금자 영입을 계기로 과연 이 같은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는지, 또 기존의 구야세력과 신참세력외에 이번에 들어간 해금자등 세 갈래 인맥간에 어떤 조화를 보일는지 앞으로 주시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우선 해금자들은 당직·공천등 현실적 이유에서도 조만간 당의 체질개선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들의 정치부재종에 형성된 현재의 위계질서에 대해 해금자들이 전력을 내세우는 경우 불편한 관계가 조성될 것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현재 민한당이 영입 케이스로 남겨 놓은 당직은 부총재1석, 당무위원 10석, 중앙상무위원 40석이다. 당무위원은 다선중진을 모두 소화할 만큼 여유가 있지만 문제는 누가 부총재가 되느냐는 것.
앞으로 구성될 조직강화특위나 공천심사기구 참여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수 있는 부총재직을 놓고 이중재·황낙주·박일씨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나 유총재는 중앙상무위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이 문제는 당분간 미뤄둘 눈치.
지역구공천경쟁은 개인 이해가 얽힌 만큼 벌써부터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영입자와 지역구의원이 중복되는 지구는 7, 8개 정도이나 전국구·원외위원장과의 경쟁을 포함하면 15개지구이상이나 된다.
해금자들은 『민한당이 창당 때 산고를 겪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자생력을 회복하기 위해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고 당의 개복수술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10대 의원들은 해금파주류로서 결속해 상당폭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영입자들의 도전을 받는 측은 그동안 새로운 야당세력으로서 뿌리를 내렸다고 맞서고 있다.
일부지역구의원을 전국구로 돌리거나 몇몇 해금자를 전국구로 예우하는 조정방안이 마련되겠지만 극소수이더라도 지역구의원이 탈락되는 사태가 생기면 공천파동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공천을 둘러싼 이 같은 대립은 당을 상당기간 긴장상태에 몰아 넣을 것이고, 이런 분위기는 원내활동등에서 강경한 방향으로 투영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점에서 민한당은 1단계 영입작업의 성공을 자축하고 있을 수만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결국 민한당의 시급한 과제는 이번 영입을 계기로 자생력을 회복하고 야당정통성의 승계자라는 면모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하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일 것 같다. <김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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