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에 캐머런 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 제1야당 민주당의 43세 당수(마에하라 세이지)에 이은 영국 보수당의 39세 당수(데이비드 캐머런) 등장.

주요 국가 정치권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 여의도의 소장 의원들을 자극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에서 '40대 역할론'이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2일 첫 모임을 열었던 열린우리당의 40대 재선의원 10여 명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 1회 정례모임 등을 통해 세력화에 돌입하기로 했다. 김부겸.김영춘.이종걸.송영길.임종석 의원 등 수도권 40대 의원들이 주축이다. 한 참석자는 "당의 노선과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재선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전당대회 경선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40대 역할론은 당 차원의 지원도 받는 양상이다.

정세균 당 의장은 "40대가 지도부에 들어가 건강한 모습으로 당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기대감을 줘야 한다"며 "그러면 당 지지도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게임의 룰'을 정하고 있는 비상집행위원회도 지도부에 소장파의 진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당 의장과 최고위원 분리 투표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의 40대 역할론이 당 차원의 절박함을 깔고 있다면 한나라당에선 세대별 역할 분담론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40대론을 처음 제기한 이성권 의원은 "민주화 세력인 40대가 당을 이끌고 산업화 세대인 50 ~ 60대가 대권에 나서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박근혜.이명박.손학규로 대표되는 '빅 스리'와의 대결보다 일종의 틈새시장인 당권 경쟁에서 40대 소장파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원희룡.남경필.정병국 의원 등을 중심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현재 30, 40대 국회의원은 110명, 전체의 36.7%다. 이들이 일제히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파괴력은 만만치 않다. 40대인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 주도로 '중도 개혁'을 표방한 양당의 신강령 제정작업 등이 한 예다.

그러나 양당 모두 40대 역할론은 아직 실력을 바탕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상황의 산물'이란 지적을 받는다.

이 때문에 점점 굳어가고 있는 대선주자 '7룡 체제'를 위협하기엔 역부족이다. 성균관대 김일영(정치외교학) 교수는 "여야 정당 안에서 이는 40대 역할론은 주체적 흐름이라기보다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힘으로 현실화되기 위해선 내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희.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