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을 바라보는 정부의 짝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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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의 언론관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언론의 주무 부처인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한 라디오 매체에 출연해 언론이 위기론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국무조정실은 노무현 정권 출범 1백일을 맞아 각 부처 장.차관을 언론에 적극 참여시켜 대대적인 정부 홍보에 나서게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눈은 '안 되는 것은 언론 탓'이라고 흘기고, 다른 한 눈은 '언론은 정권의 나팔수'라고 윙크를 하는 셈이다. 우리는 언론을 바라보는 정부의 짝눈이 결과적으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알 권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림으로써 바른 사회로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사명이다. 따라서 사회를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은 싫든 좋든 가장 큰 권력인 정부를 일차적인 견제의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언론의 사명을 십분 이해하고 그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할 주무 장관이 언론의 건전한 비판을 '갈등 증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특히 李장관이 언론의 고유영역인 뉴스 아이템의 비중에 관해 비판하고 나선 것에 주목한다. 세상에 널린 사건 가운데 뉴스거리를 가려 뽑아 전달하는 일은 오랜 역사를 통해 언론인들이 구축해온 전문 영역이다.

'대통령 못 해먹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가십으로 다루건, 톱 뉴스로 다루건 언론사의 몫이며 이에 대한 평가는 독자나 시청자의 몫이다. 사실에 대한 잘못이 아닌 한 정부가 뉴스 자체에 대해 시비할 수는 없다.

세계 각국 정부가 저마다 정책홍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盧정권 출범 1백일 홍보계획'에 대해 달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은 홍보계획의 근저에 정부가 뉴스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해서다. 언론을 단지 홍보기구로만 여겨서는 결코 건강한 정권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