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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한일합섬그룹(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일합섬의 경영분위기는 올해 72세인 김종호전무의 예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고출신으로 모기업인 경남모직의 창업공신인 그는 여느 기업 같으면 20년전에 물러났어야할 나이지만 아직도 정정하게 일선에서 뛰고있다.
선대 김한?회장과 고락을 같이해온 회사내 최고참으로서 판매지역중에 가장 어려운 곳으로 알려진 광주지역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정년이 없는셈이다.
그만큼 보수적인 「룰」이 창업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2세 김중원사장 자신도 그 「룰」을 조심스럽게 지켜나가려 한다. 다분히 유교적인 분위기다. 또 사업의 본거지가 경상도인 만큼 중역들도 이지역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중역진중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인물은 역시 이번 인사때 처음으로 사장직을맡은 변철규씨 (51) 와 이창돈씨(51) 등이다.
둘다 경남모직출신으로 변사장은 총무·관리쪽의 일을 맡아왔다. 특히 관계를 비롯해 대외업무에서 한일합섬의 얼굴역할을 해왔다. 김중원사장과의 인척관계(5촌 아저씨)도 있겠으나 측근에서 자주 직언을 하는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창돈사장은 공대섬유과 출신이면서도 회사내에서 제l의 세일즈맨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역들은 기술자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일합섬의 이병섭·이영호부사장과 경남모직의 김영석부사장등 모두가 생산부장읕 지낸 엔지니어들이다.
이들 부사장그룹은 각기 마산·부산·수원등 분공장의 경영을 독립적으로 맡고있는 사실상의 사장들이다.
이 다음계급은 전무로서 각 공장장과 사업별본부장들이다.
한일합섬의 전무만해도 7명이다.
수석전무는 신상대비서실장(54). 매주목요일에 열리는 중역회의에 김사장이 부재중일때는 신실장이 대리주재한다. 군출신으로 해군사관학교교장까지 역임한 이색경력의 소유자지만 선대 김회장에의해 스카웃되어 2세김사장에의해 더욱 중용되고있는 케이스다.
74년 그가 해군사관학교 교장직에서 해군본부로 전근발령을 받고 김회장에게 이임인사를 하러갔다가 김회장의 강력한 권유로 군복을 벗고 한일합섬에 몸을 담았다.
군에서도 주로 인사·기획업무를 맡아 기업에와서도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계열회사인 동서석유화학은 양탁식회장과 윤석영사장선에서 거의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편이다. 합섬의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로서 대부분을 모기업인 한일합섬에 공급하고 있으므로 경영에 특별히 문제될것도 없다.
회사설립때부터 지금까지 화공전문가인 윤사장이 도맡아 회사경영을 꾸려왔다.
증권회사인 부국증권도 대행인 이재우사장 (45) 에게 전적으로 맡겨놓고있다.
이처럼 경영조직면에서 한일합섬을 제외하고나면 별다른 특징이없다. 따라서 인맥이나 경영전략 역시 매우 단선적이며 3만명이상의 종업원을 거느리고있는 대기업이면서도 다분히 가족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는편이다.
초창기 경남모직시절에는 김윤?회장의 동생 김택?씨(전 대한체육회장·국회의원)가 제2인자로 회사경영에 깊이 간여했으며 오늘날의 한일합섬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됐다.
젊은 김중원사장이 물려받은 이후 아직은 수성에 여념이 없는 단계다. 동기간으로는 중건씨(32) 중광씨(29)가 각각 중역으로 회사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나 수습과정을 끝내고 실제로 경영일각을 책임있게 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사장은 최근들어 호텔사업을 비롯해 레저산업등 새로운 업종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오직 섬유」만으로 일관해온 특유의 전통에서 쉽사리 벗어나긴 어려울 것 같다.
김사장 자신도 『어디까지나 주업은 섬유며 새사업을 시작한다해도 섬유와 관련된 신소재개발 산업쪽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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