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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부침개로 또 다른 '4강 신화' 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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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그러나 한국을 방문했던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외부에서 볼 때 한국 문화는 일본 것 같기도 하고 중국 것 같기도 하여 국제적인 문화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동안 국민이 우리 문화에 대해 무관심했음을 탓하는 말이다.

우리가 행하는 많은 종류의 문화 교류 중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문화의 수출은 음식일 것이다. 음식은 콘텐트나 IT 산업보다 더 중요하고 반도체보다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영원히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김치는 '기무치'로, 두부는 '토푸'로, 인삼은 '진생'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김치의 경우 이제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으나 이미 보편화된 일본식이나 중국식 요리에 비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제는 광주의 '김치축제'나 전라남도의 '남도음식축제'를 지역 축제로만 여기지 말고 영상 콘텐트와 IT 못지않게 전략 산업화해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로 발전시켜야 할 때다.

지역의 자체적 역량만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남도음식과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김치를 제3의 한류 자산으로 설정하고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특정한 행사 때에만 외국에 김치 포기를 들고 나가 파는 격화소양(隔靴搔痒)식이 아니라 적어도 각국 국제선 항공기의 기내식으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

이 같은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대륙별 또는 지역에 알맞게 품질을 다양화.고급화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논리를 확산시켜 유럽 현지에 김치 공장을 세우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필요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대인의 코셔와 같은 품질인증제를 도입, 김치 식품에 대한 신뢰도도 높여야 한다.

문화의 세계화란 세계문화의 보편성을 연구해 그 속에 특정 문화의 독창성이 파고들도록 하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다. '난타'가 세계무대를 휩쓸게 된 것도 우리의 리듬과 비트에 서양의 공연문화를 접목한 것이 그 성공의 주 배경임을 되새겨 보자.

유럽의 대학 축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우리의 부침개(전)다. 햄버거와 피자에 이어 터키의 케밥이 세계 3위 패스트푸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우리의 모둠 전과 빈대떡 등을 발음이 쉽게 '부침이'로 명명하고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순 없을까.

갈이천정(渴而穿井)이라고 했던가. 일본의 '오코노미야키'가 유럽 시장을 강타하기 전에 우리의 부침개로 세계인을 사로잡고 패스트푸드 4강 시장에서 햄버거.피자.케밥, 그리고 부침개가 올라 스피드 시대의 압박 요리, 공격 요리로 한판 싸워볼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송진희 호남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