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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NIE] “학원 끝났어” 부르면 오는 스마트카 시대 보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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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4월 15일 오전 8시 김미래씨는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승용차 앞에 선 김씨가 “문 열어”라고 말하자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도어록이 해제됐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직장” 승용차는 최단거리 코스를 화면에 띄우고 주차장을 스르륵 빠져나간다. 김씨는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오전 9시 회의 자료를 마무리하고 발표 내용을 정리했다. 틈틈이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며 신상품을 구경했다. 김씨에겐 아침 출근 시간대 교통지옥도, 갑자기 끼어드는 난폭 운전자도 없다. 차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테니 말이다. 이런 상황이 먼 미래에나 가능할 법한 일로 여겨지겠지만 불과 20년 정도 후면 우리가 맞을 미래다. 구글은 2010년 세계 최초로 무인차(자율주행) 시범 운행에 성공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2030년 경이면 무인차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래형 자동차 어디까지 왔을까. 교과서와 언론, 각종 연구자료를 토대로 미래형 자동차 안에 숨은 과학 지식을 알아봤다.

무인차, 사지 않고 빌려 탄다

자동차 자율주행은 사람의 눈·귀·코와 같은 감각기관에 해당되는 센서와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이 개발되면서 가능해졌다. 사람의 눈에 해당되는 광센서, 더 정교한 측정이 가능한 초음파 센서, 압력센서 등 현재 차량에 탑재되는 센서는 30여 종, 200여 개가 넘는다.

 무인차엔 이런 최첨단 센서 기능이 탑재된다. 차량의 전후방에 설치된 레이더는 주변 물체의 크기와 거리를 측정한다. 인공지능시스템은 이를 3D 지도로 조합한 뒤 최적의 운전 경로를 추출해낸다. 보행자를 감지하면 멈춰서고, 교통 표지판의 파란불을 인식하고 차를 출발시킨다. GPS는 목적지까지의 최단경로를 제시해준다. 여기에 차 안에서 무선 인터넷을 가능하게 한 텔레매틱스 기술과 각종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다. 차 안에서 음성으로 이메일을 주고 받고 웹사이트를 검색하면서 각종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동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변신하고 있다. IT분야 리서치업체인 가트너는 “자동차야말로 긍극적으로 모바일 기기가 되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는 사람들이 무인차의 등장으로 자유로워진 출퇴근 시간을 웹서핑과 쇼핑에 쏟게되면서 미국 내에서만 연간 1400억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추정한다. 구글·애플 등 IT 업계의 양대 괴물이 무인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언론은 새로운 경제 모델의 도래를 예상한다. “무인차는 … 자동차 소유보다 공유를 촉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동차 자체가 아닌 운행 서비스가 상품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이야기다.”(중앙선데이 2014년 12월 21일 ‘인간보다 더 똑똑한 ‘모범운전’ 시스템으로 달린다’)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면 도시 곳곳에 배치된 무인차가 달려온다. 최적의 코스로, 최단 시간에 원하는 목적지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직접 운전을 해야 할 필요도,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 차량을 소유해야 할 이유도 사라진다. 상품을 소유하지 않고 상품의 서비스를 향유하는 공유경제가 발달 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기차, 탄소배출 제로 도전

테슬라 전기차S 모델

미래형 자동차의 또다른 트렌드는 친환경이다. 자동차업계는 전기차와 수소차에 주목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전기 모터로 움직인다. 다만 전기차는 배터리에 직접 전기를 충전해 움직이는 방식이고, 수소차는 수소를 연료로 삼아 차량 내 수소연료전지에서 전기를 발생시켜 차를 움직인다는 점이 다르다. 휘발유·경유 등 화석연료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와 매연 같은 공해 물질을 배출시키지 않는다.
 

2015포르쉐918 스파이더 하이브리드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74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노르웨이의 경우 한 해 판매되는 차량 중 12% 가량이 전기차다. 한국도 3000여 대가 보급된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은 매해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부터 판매하는 양산형 수소차

에너지원으로 전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친환경 외에도 고효율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금성출판사 『과학』 교과서는 “자동차나 선박 등의 내연 기관은 … 공급한 에너지의 20~30% 정도만 운동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나머지 70~80%는 배기가스나 내연 기관의 내부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등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로 전환된다”고 설명한다. 열기관인 가솔린 엔진의 원료 투입대비 효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전기는 충전된 전기를 그대로 동력기관을 움직이는 데 쓰기 때문에 에너지의 손실이 적다.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는 연료(전기) 대비 80% 이상의 효율이 난다고 한다. 고효율은 곧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결과적으로 친환경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전기차.수소차의 보급과 함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하면 친환경 에너지의 선순환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천재교육 『물리 Ⅰ』 교과서는 에너지가 변환돼도 총량은 항상 같다는 열역학 제1법칙과 열은 항상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이용해 열기관을 원리를 설명한다. 자동차 엔진은 내부에서 석유 원료를 연소시킴으로써 고온으로 기체를 팽창시킨다. 기체의 증기운동은 실린더를 움직여 자동차를 작동시키는 운동에너지로 전환된다. 열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연소를 통해 얻은 열에너지는 고온의 엔진 내부에서 저온의 엔진 외부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가솔린 기관의 효율을 아무리 높인다고 해도 원료 대비 100%의 출력을 얻지 못하는 것은 열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런 한계 때문이다.

수소차, 무공해 에너지 개발 관건

금성출판사 『과학』 교과서는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수소연료전지를 소개한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하면 물을 만들어내면서 전기를 발생시킨다. 교과서는 “연료전지에서는 일반적인 연소 반응과 달리 에너지의 대부분이 열의 형태로 전환되지 않고 약 60%가 전기에너지로 변환된다…연료전지는 유일한 부산물이 물이므로 환경 오염을 거의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이다”라고 적고 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수소차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국내 한 자동차업체는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수소는 자연상태에서는 다른 원소와 결합된 형태의 화합물로 존재한다. 인위적으로 수소를 분리시켜 원료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비용 문제 때문에 대부분 화학연료를 분해해 수소를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수소차 자체는 친환경적이지만 그 원료인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전기차의 원료인 전기 또한 대부분 원자력과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다. 일부 학자는 전기차의 보급이 반드시 친환경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은 전기차의 대중적인 보급이 오히려 화석 연료에 기반한 전기 생산을 늘려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전력 생산 방식에서 태양광·풍력·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방식으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신재생에너지로 얻은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고, 이를 다시 원료로 활용해 수소연료전지를 작동시키는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물→수소→물’로 전환되는 친환경 에너지의 선순환을 그릴 수 있다.

 언론은 기술력의 발전이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진단한다. “태양광을 전력으로 전환하는 비용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2050년에는 태양광 발전이 세계 에너지 생산의 27%까지 차지해 세계 최대 전력 공급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 2015년 1월 26일 ‘미리 가본 2050년-여기도 저기도 노인 넘쳐나…’)

글=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자문=강현식 서울 동북고 과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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