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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본사 LA지사 송치선기자 중공입국취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본사는 지난해말 로스앤젤레스지사 송치선취재부장을 중공으로 특파해 중공에 살고있는 우리교포들의 사는 모습을 취재토록 했다. 한·중공 이산가족의 재회를 허용할 방침이라는중공수상 조자양의 발언을 계기로 송기자의 현지 취재기사를 시리즈로 보도한다. 미국시민권자인 송기자는 관광비자를 얻어 지난해 8윌 2주간 중공을 방문, 길림성·요령성·흑룡강성등 교포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교포생활을 취재했다.
재미교포 정순애씨(52·뉴욕시더스사이나이병원의사)가 중공방문길에 남동생 추대형씨(50·심양시 화평구 서탑가2단 박약리7호)를 37년만에 극적으로 만났다.
순애씨는 지난해 8월13일부터 27일까지 2주일간 미국여행사가 한국계 미국시민권자들을 위해 마련한 관광단일행 15명과 함께 중공을 방문했었다.
이들 남매는 무순에서 살다 해방후 어머니 김봉순씨(80·서울마장동거주)를 따라 서울에왔으나 6·25때 대형씨가 동대문시장에 식량을 구하러 나간뒤 소식이 끊겼었다.
가족들은 대형씨 친구가 『대형이가 수류탄에 맞아 죽는 것을 보았다』는 말에 따라 그후지금까지 해마다 제사를 지내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 이산가족찾기운동이 큰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을 본 순애씨는 중공의 각 수녀원등에 동생의 생사와 행방을 수소문한 결과 이종동생 김구봉씨(52)등이 무순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중공관광보다 동생을 찾기위해 관광단에 낀 순애씨는 북경∼장춘∼연길∼심양등지를 거쳐가면서 동생의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마침내 무순수녀원 문애리사수녀의 노력으로 이종동생 구봉·양봉씨 형제를 만나게 됐다.
이들은 동생 대형씨가 6·25때 동대문시장으로 나가다 북괴군에게 붙잡혀 의용군으로 끌려 갔으나 유창한 중국말 실력때문에 통역으로 일하게 됐으며 얼마후 먼 친척의 도움으로 북괴군을 떠나 심양에 정착하게 됐다고 전해 주었다.
『동생이 살아있다』는 이종동생들의 말을 들은 순애씨는 한때 실신까지 했다.
심양시공안국의 허가를 얻어 대형씨 집에서 극적인 상봉을 한 이들 남매는 할말도 잊고 멀건이 쳐다만 보고 있었으나 대형씨가 『순애누이 아니오』하고 말문을 먼저 열었다.
너무도 변해버린 동생의 모습에 한동안 얼떨떨 했으나 순애씨도 곧 동생 대형씨의 옛모습을 찾아내고는 『대형아!』하고 꿈에도 못잊던 동생을 와락 껴안으며 흐느껴 울었다.
대형씨는 현재 심양 소형압축기창에 근무하면서 부인 변시옥씨와 사이에 장남 승남씨(29)등 5남매를 두고 있으며 7식구가 방이 2개밖에 없는 움막같은 집에서 어렵게 살고있다.
이러한 이산가족들의 애끓는 사연은 정씨남매외에도 중공대륙 한국사람들이 모여 사는곳이면 어디든지 볼수 있었다.
밤9시에 만나 10시30분에 다시 기약도 없는 이별을 해야했던 이들 남매처럼 또 다른 상처를 가슴에 남기게 되는 것이다.
중공방문중에 만난 한국인 교포 조금순씨(44·길림성 안도현 명월진홍기 42조 2방 1호)는충북충주에 살았다는 아버지 조세구씨(72)를 찾을 길이 없겠느냐고 눈물로 호소했으며 윤분열씨(62·심양시 동릉구 휘하 공사 만용대대)는 서울에 살고 있다는 조카 윤천술(60)·천식(50)씨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윤씨의 고향은 경북예천. 또 같은 만용대대애 소속돼 있는 최상록씨는 캘리포니아주 미피타스시에 살고있는 동생 최상영씨를, 김효신씨(심양시 기독교서탑교회집사)는 캘리포니아주 LA시에 있는 영락교회 김창복장로의 안부를 궁금해했다.
『이러한 중공대륙의 이산가족의 비극은 1930년을 전후로 일제의 압정을 피해 많은 한국인이 북간도로 이주해오면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오기철씨(심양시 영화기계공장근무)는 『심양을 중심으로 대련·안동·장춘등지에는 평안도 출신의 한인들이 대부분이고, 북경·상해·천율등에는 경상도와 전라도출신이 많다』고 했다.
오씨는 『현재 연변조선족자치주(옛 북간도지역)인 연길·용정·도문·안도·장백·화용등에는 함경도출신이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박용균씨(심양거주·음식점경영)는 『서남인 북경·상해·대련등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친대한민국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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