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젊은이들, 말까지 서방흉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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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소련신문들은 젊은세대가 탐닉하고 있는 「해독스런」 서방문화의 영향에 대해 걱정하는 기사를 자주 싣고있다.
서방의 청바지라든가 T셔츠등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일이지만 언어생활에까지 서구의 「마수」가 뻗쳐 사회주의 문화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지도자들을 당혹시키고있다.
지난 2월 소련공산당 청년동맹의 기관지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 「하이라이피스트」란 말이 유행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현상을 두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은 적이 있었다.
영어의 (high-life-ist)라는 조어를 소련문자로 표기한 이 말은 서방세계의 소비물자, 이를테면 담배·옷가지등을 쓰거나 서구문화를 즐기며 생활태도를 흉내내는 계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런식의 자본주의국 언어가 침투하는 것은 단지 젊은 세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순수한 자기네 말을 두고도 소련사람들은 구두를 「슈즈」라고 말하고 시계는 「와치」 아버지를 「파저」라는 등등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뿐만아니라 「백해무의」한 자본주의사회의 독소언어들도 모두 소련식으로 「사회주의화」되어 표기되고 있다 「스트립티즈」 (Stript-ease), 「진시」 (jeans),「록」 (rock)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소련지도자들을 더욱 걱정스럽게 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아예 자기네가 전통적으로 쓰고 있는 문자 (키릴릭 알파벳)를 외면하고 영어문자를 사용하려드는 경향이다.
콤소몰스카야프라우다지는 신문에 투고된 독자편지중에 이름과 주소를 영문으로 표기한 것이 적지 않다고 비판하고있다.
그러나 이런 신문 자신도 기사내용 특히 스포츠면에는 러시아어를 몰라도 웬만큼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외래어가 등장한다.
「바스케트·볼니」 (농구)리그의 「파이날리·마치」 (결승전)를 이 신문은 천연덕스럽게 보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수들은 물론 훌륭한 「스포츠멘카」다.
【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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