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자두 "스노보드 ? 나라고 못 탈쏘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겨울은 과연 언제부터일까? 음력의 입동(立冬)이 있긴 하지만, 기상청에서 발표한 겨울의 시작은 12월 1일부터라 하니 이미 겨울이다. 그런데 누구보다 이 계절을 손꼽아 기다린 그녀가 있었으니 바로 가수 '자두'.

"겨울이 되면 일 년 동안 묵은 체증, 스트레스 한방에 싸악 날려줄 스노보드를 원 없이 탈 수 있거든요. 저랑 잘 안 어울릴 것 같다고요?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진 스키도 한 번 못 타봤어요."

학창시절, 체육시간에 선생님께 혼나고 맞아도 절대로 안 뛰는 아이였던 자두. 운동을 너무너무 싫어해서 지금까지 헬스클럽 한 번 가 본 적 없는 것은 물론, 심지어 스키장을 가도 남들 열심히 타는 동안 콘도에서 밥 짓거나, 친구들의 멋진 포즈 사진 찍어주기 담당이었다. 이랬던 그녀를 한겨울 스피드 광으로 만든 사건이 있었는데. 2년 전 자두네 소속사 식구들은 스키장으로 MT를 갔다. 이날도 어김없이 묵묵히 홀로 콘도를 지키고 있던 자두.

"매니저가 답답하니까 남산 케이블카 같은 곤돌라 타면서 스키장 전망 구경하자고 했어요. 얼떨결에 무심코 따라나서 곤돌라를 탔죠. 그런데 갑자기 산 정상에서 내리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일사불란하게 그녀의 몸에 스노보드 장비가 채워졌고 회사식구들은 그녀를 뒤로 한 채 모두 유유히 눈 위를 달리며 내려갔다.

"갑자기 눈앞이 막막해지더라고요, 도대체 끝은 보일 생각도 안 하고. 곤돌라를 18분이나 타고 올라온 거리인데 난생 처음 신어 본 스노보드를 타고 과연 내가 내려갈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전 사람들에게 떠밀려 구르기부터 했죠."

고글에 김이 서려 앞은 보이지도 않고, 하도 울어서 눈물이 볼을 타고 벌겋게 얼기까지 했다. 넘어지고, 엎어지고, 보드와 한 몸이 되어 뒹굴기를 수차례. 어느새 해도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는데.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그래, 인생은 역시 혼자야' '지금 남들이 날 보고 얼마나 바보 같다 손가락질할까'하는 생각에 맘까지 엉망진창 복잡해지고. 결국 장장 2시간이 걸려서야 내려왔죠. 펑펑 울며 다시는 스키장 오나 봐라 그러다 문득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멍투성이 몸을 이끌고 다음날 새벽부터 뛰쳐나가 기초 자세부터 배웠다. 오늘 못 배우면 평생 할 수 없을 것이란 독기를 품고서. 그후 자두는 스스로 '난 못 할거야'하며 박아 둔 마음의 못을 하나씩 빼기 시작했다. 그리고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고 있던 자신을 발견했다. 덕분에 스노보드는 물론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너무 많아 요즘은 시간이 모자랄 정도라고. 이 겨울, 내 안의 잠자는 용기를 깨우자. 그리하여 안 되면 되게 하자.

이현주 방송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