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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톤급 파괴력 가진 '비망록' … 비자금 내역과 대조 땐 수사 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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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 팀장인 문무일 대전지검장(가운데)이 13일 오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문 특별수사팀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수사 대상 범위에 대해 한정 짓고 있지 않다. 수사 대상이 나오면 일절 좌고우면하지 않고 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야 유력 정치인과 정부 인사들을 만난 내용을 기록한 비망록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지·인터뷰 음성 파일과 함께 비망록이 정·관계 로비 의혹의 진위를 가리는 핵심 열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남기업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현금 인출 내역과 성 전 회장의 시기별 동선(動線)이 드러난 비망록 내용을 대조하면 수사가 쉽게 풀릴 수 있다.

  비망록에는 2004~2014년에 만난 여야 정치인의 이름과 장소가 빼곡히 적혀 있다. 물론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 등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만남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수사 상황에 따라선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8명을 넘어 수사 대상이 확대되는 등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다. 비망록에 새누리당(옛 한나라당)뿐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옛 민주당), 옛 자유선진당 등 여야 정치인들이 기재돼 있어 검찰 수사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성 전 회장 비망록과 경남기업 비자금 인출 시기 등을 확인하면 성 전 회장의 로비 의혹과 관련된 퍼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사팀은 경남기업 전·현직 고위 임원 등 사건의 핵심 가까이에 있는 참고인 3명에게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경남기업에 대한 자금 추적 과정에서 법인자금 32억원이 2007~2014년 현금화된 사실을 확인했다. 수시로 5000만~수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흔적을 발견한 검찰은 한모(50)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주목하고 있다. 한 부사장은 경남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를 7년간 지낼 만큼 자금 흐름 사정에 밝은 데다 경남기업의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 계열사 대아레저산업의 대표를 겸임하기도 했다. 검찰은 한 부사장에게서 “성 전 회장의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해 현금으로 인출해 성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이 성 전 회장에게 직접 또는 경남기업 내부 인사를 통해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성 전 회장 사망 직전까지 수행비서로 일한 이모(43)씨를 첫 번째 소환 대상으로 정한 이유다. 이씨는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내는 등 성 전 회장의 동선과 행적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의 비자금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됐는지 등을 조사했다.

성 전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아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모(52)씨도 1순위 소환 대상이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윤씨는 홍준표 캠프에서 공보특보를 맡은 뒤 경남기업 고문과 부사장을 차례로 지냈다. 윤씨는 성 전 회장 돈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음을 사실상 시인한 상태다. 이들 3명에 대한 조사에 특별수사팀의 초반 수사 성패가 달려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문무일 특별수사팀장(대전지검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좌고우면 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완종 전 회장 메모 필적 감정은 끝났나.

 “ 공식 통보는 받지 못했지만 성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라는 게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등장하는 8명 모두 한꺼번에 진행되나.

 “그렇지 않다. 기존에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해 오던 내용을 넘겨받아 수사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

-공소시효 문제는.

"아직 검토 단계다. 공소시효가 남았는지 여부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

 -메모의 리스트 의혹 사건인데 다른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나.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안에 대해 일절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겠다.”

 -성완종 전 회장의 휴대전화는 받았나.

 “ 분석 결과를 받아서 검토 중이다. 당시 통화 내역도 확보된 것이 있다.”

 -경남기업 의혹 관련 수사를 진행하다 다른 쪽에서 대선자금 의혹이 나오면 수사하나.

 “수사 대상과 범위에 대해 한정을 짓고 있지 않다. 수사대상이 나오면 일절 좌고우면하지 않고 하겠다.”

 -성 전 회장과 검찰이 딜(거래)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다. 그 부분도 수사 대상인가.

 “재차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경남기업 관련 의혹 수사팀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검사로서 양심을 지켜 나가겠다. 오늘 오전 총장께 신고드리는 자리에서 받은 주문도 ‘진인사대천명’이었다. 임무를 맡은 이상 최선을 다하겠고 직의 양심을 걸고 업무에 오로지 매진하겠다. 그 다음은 국민 여러분이 심판해 주시리라 믿는다.”

김백기·전영선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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