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관<태평양화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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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상오 5시면 어김없이 기상하고 어느 누구보다 먼저 출근한다. 조기 기상은 개성 송도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의 버릇으로 하루 4∼5시간 밖에 잠을 자지 않지만 26년간 한 회사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결근한번 해본적이 없다는 게 신동관 사장(61)의 자랑이다. 그러다보니 사장의 거동에 신경을 써야하는 중역진들에게서 때대로 몸살 날 지경이란 불평도 받는다.
요즘도 매일 출근은 일반 사원보다 1시간 먼저 하고 퇴근도 1시간 늦게 한다. 퇴근 후에도 미진한 일이있으며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기 일쑤다. 제대로 된 사장치고 일 많이 하지 않는 경우가 없겠지만 그에게 있어 일이란 남다른 비중을 느끼게 한다.
『환갑이 지난 나이이지만 하던 일을 그만두면 한꺼번에 무너질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일하는 것이 「사는 보람」이고 일을 통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신조인 것 같다.
또 지위가 올라갈수록 책임도 많아지므로 그만큼 할 일도 늘어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그는 일하는 것을 사풍으로 유도해간다.
그의 경력과 현재 위치는 이 같은 일벌레다운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룹의 오너인 서성환 회장과 동향이란 인연으로 지난 58년부터 몸을 담은 후 70년 총무이사가 되어서는 말이 총무부지 경리·인사까지 도맡아 보았다. 물론 당시 그룹의 규모가 작아 그 같은 통괄이 가능했겠지만 그가 총무이사를 떠나자 곧 경리·인사가 따로 떨어져 나간 것을 보면 이것을 일에 대한 그의 욕심으로 사내에선 풀이한다.
현재는 그룹의 모기업인 화학과 통상의 사장을 겸직, 회장 다음의 그룹내 2인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경영스타일에 대한 사내평은 다분히 동양적이란 것이다. 인화를 강조하고 사원·중역·사장의 삼위일체를 틈나는대로 역설하기도 하지만 그의 경영철학은 오로지 「일체감」에 두고 있다.
『사원 각자가 기업이 자기 것이란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하도록 해야 합니다.』
회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같은 작업복을 입고 명찰을 달아 일체감을 고취한다. 또 특별한 약속이 없을 경우에는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같이 줄을 서서 식사를 받아먹는다.
고향은 황해도지만 중·고등학교를 개성에서 다녔던 것을 연유로 자신을 개성 상인으로 내세우기 좋아한다.
그만큼 부지런하고 신용을 장사의 밑천으로 삼는 개성 상인의 모습을 닮고 싶다는 뜻에서다.
◇약력 ▲1923년 황해도 평산 출생 ▲1958년 태평양화학공업 입사 ▲1979년 태평양통상 대표이사 ▲1981년 태평양화학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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