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보낸 빨간 글씨의 '입춘대길' "협박성 인정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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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 5명에게 빨간 글씨로 ‘立春大吉(입춘대길)’이라고 쓴 편지를 보낸 박모(45)씨에게 원심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2013년 상습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현재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씨는 지난해 2월 자신의 재판에 증인을 선 폭행 피해자 김모씨 등 5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 내용은 빨간색 펜으로 쓴 ‘입춘대길’ 4글자가 전부였다. 박씨는 소송기록을 열람해 증인들의 주소를 알아내 뜻이 모호한 이런 편지를 보낸 것이다.

김씨 등은 박씨의 편지를 받아 본 순간 공포심을 느꼈다. 박씨가 나오면 자신들을 찾아와 보복할 수도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씨가 재판에서 불리한 증언을 한 이들에게 앙심을 품고 협박성 편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추가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는 ”봄이 오는 것을 기념해 선의로 보냈다“며 ”협박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편지를 본 순간 생명과 신체 등에 해악을 가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협박성이 인정된다”며 “그런데도 박씨는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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