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요구 25만명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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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5만 명의 홍콩 시민이 4일 홍콩 도심 거리를 가득 메우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2007년까지 행정수반직선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홍콩 로이터=뉴시스]

중국의 1국2체제가 또 시험대에 올랐다. 홍콩 주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천천히 하자는 반면 홍콩 주민들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4일에는 25만 명 이상의 홍콩 주민이 조속한 민주화를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시민운동가.학생.종교인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가했다. '홍콩의 양심'으로 불리는 앤슨 찬(陳方安生.65) 전 정무사장도 참가해 시위 분위기를 달구었다.

시위의 도화선은 홍콩의 정치 개혁안이다. 홍콩 정부가 지난해부터 마련해온 개혁안에는 민주화 일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 도널드 창(曾蔭權) 홍콩 행정장관은 최근 이 개혁안을 설명하면서 직접선거는 2007년 이후에 논의하자고 말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1997년 중국에 귀속된 홍콩은 현재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을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선출한다. 임기는 5년이며, 중국 정부가 임명한다. 또 총 60석인 입법의원 중 직선은 30명이고 나머지는 직능별 간접선거로 뽑는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찬 여사는 "2007년이 돼도 직접선거가 실현될 것 같지 않다. 우리는 정부에 직접선거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 제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홍콩 민주화 단체들과 민주당은 2일 내년 3월까지 범민주화 신당을 만들어 2007년까지 직접선거를 실현토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홍콩학생연맹도 4일 "앞으로 직접선거 쟁취를 위해 무기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천주교 등 종교단체도 거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차오샤오양(喬曉陽) 전국인민대표회의 상임위 부주석은 2일 선전에서 홍콩 입법의원들과 만나 "홍콩 정부는 민주화 일정을 제시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2007년 이후의 정치일정을 결정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결코 시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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