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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투자 너무 인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기초과학의 확충이 없이는 기술개발이나 경제성장이 어려운 시점에 이르렀다.
최근 선발개도국에 대한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우리나라의 대외수출 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대미수출상품 덤핑시비는 이러한 장벽이 현실적으로 우리 앞에 쌓여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다.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사다 만든 제품으로 자체기술로 개발한 외국상품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무리다. 자체기술개발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시점에 와 있다. 자체기술개발은 기초과학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푸트니크 충격」 직후 미국이 착수한 것은 직접적인 우주선 제작기술개발이 아니라 중·고등학교의 기초과학 커리큘럼의 개정이었고 이는 오늘날 우주공학에 있어서 소련을 앞지르는 밑거름이 되었다.
기초과학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다음의 자료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수준이 미국·일본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같은 개도국인 대만에 비해서도 현저히 뒤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충격이 크다.
미 다이얼로그 데이터뱅크사가 집계한 82년 중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과학논문현황을 보면 전체 59만2천4백5편 가운데 우리나라 논문은 대만(6백3편 0.1%)의 절반, 일본(3만3천7백80편 5.7%)의 10분의1인 3백32편 (0.06%) 이었다. (표 참조) 또 이를 인구 및 1인당GNP를 가중한 기대치 (1백%)로 환산할 경우 우리나라는 29%로 대만의 74%, 일본의 1백20%, 영국의 3백33%에도 현저히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가 뒤진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기술개발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색함 때문이다.
82년 우리나라의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비는 정부·민간부문, 모두 합쳐 4천5백80억 원으로 이는 미국수의 일개 회사인 제네럴 모터즈의 연구개발비 총액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GNP대비로는 미국 2.61%, 일본 2.42%, 서독 2.6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09%여서 절대액의 격차는 더욱 크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이 가운데 기초과학연구에 투자되는 비율은 아주 적다. 미국 12.8%,일본 14%, 프랑스 19.6%, 서독이 23%이나 우리나라는 3.5% 수준.
투자의 소홀은 심각한 연구시설 및 연구요원의 부족을 가져오고 있다.
월간 「사이언스」가 국내 과학자 5백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연구 장애요인 가운데 22%인 1백12명이 「시설부족」 l8%인 93명이 「교수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부족현상은 젊은 과학도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원인이 되고있다.
기초과학은 성질상 두뇌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40대 이전에 성숙돼야하는 까닭에 젊은 과학도들이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좋은 시설과 환경을 찾아 외국으로 뗘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실정이다.
해외에서 연구활동에 종사하는 과학자는 미국에 3천5백여명, 유럽에 5백여명으로 4천여명이나 되며 이는 우리나라 학사이상 연구원 2만6천여명의 15%에 상당하는 숫자다.
이밖에 국내의 기초과학연구는 실험실습기자재의 획득에도 어려움이 크다.
서울대 자연대 장세희 학장은 『실험용 시약하나를 외국에서 주문해 오는데도 세관의 까다로운 절차 등으로1개월 반 내지 2개월이 걸린다』며 『연구목적으로 들여오는 기자재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낙후한 기초과학연구를 위해 올해 모두 2O억원의 연구비를 각 대학 연구소등 기초과학연구소에 지원키로 하는 한편 IBRD(세계부흥개발은행)의 차관자금 1천2백만달러(96억원)를 연차적으로 배정키로 했다.
한국 과학기술단체 총 연합회 조완규 회장은 『정부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자금을 크게 늘린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앞으로 이 같은 관심은 계속 높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자금의 효율적인 배분이 뒤따라야할 것』이라며 『연구결과에 대한 실용화 등 보상이 뒤따라야 연구가들의 의욕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효과는 상당기간이 지나야 나타나므로 당장의 결과를 기대하지 말고 묘목을 기르듯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기초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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