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치료 가장 어려운 공수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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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치료가 가장 어려운 병은 무엇일까. 에이즈나 암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답은 광견병이라고 불리는 공수병(恐水病)이다.

물을 보면 두려워하고 통증과 경련을 일으키는 특이한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병명이다.

비단 미친 개뿐 아니라 고양이나 소나 말, 너구리는 물론 심지어 박쥐에게 물려도 나타나므로 광견병보다는 공수병이란 용어가 옳다.

기네스북엔 공수병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 사망률 1백% 질환으로 등재되어 있다. 지금까지 시공을 초월해 문헌상 공수병 증상이 나타난 사람이 살아난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백신은 있다.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파스퇴르가 만든 것이다. 그러나 공수병 백신은 예방 목적이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미친 개에게 물린 즉시 주사해야 한다. 그러나 미친 개의 침 속에 있는 공수병 바이러스가 이미 뇌까지 올라가 증상이 나타나면 백약이 무효다.

최근 40대 남자가 너구리를 잡으려다 얼굴을 물린 뒤 2개월여 만에 공수병으로 숨진 사건이 있었다.

경기도 포천에 사는 정모씨가 3월 중순 집안에서 키우는 진돗개와 싸우던 야생 너구리를 잡으려다 윗입술을 물린 뒤 지난 16일 환각 등 공수병 증세를 보여 입원 치료를 받던 중 19일 숨진 것이다. 국립보건원은 정씨의 혈청을 검사한 결과 공수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해마다 경기도 북부 지역에서 공수병으로 숨지는 사람이 두 세 명씩 발생하고 있다. 공수병 예방을 위해선 기르는 개 등 가축의 경우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개뿐 아니라 너구리 등 야생동물에게도 물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물린 경우라면 가능한 한 해당 동물을 잡아 관찰해 공수병 증세를 보이는지 살펴야 한다. 생포하지 못했다면 잠복기인 2주 이내 병원에 가서 공수병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한다.

행락철을 맞아 산에선 뱀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도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겠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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