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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개 시료 중 DNA 판독 1개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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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우석 교수팀 연구에 대한 논란이 난자 취득 윤리 문제에서 논문 자체의 진위 공방으로 번지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사진은 2일 창문을 통해 본 서울대 수의대 뒤뜰의 모습. 김성룡 기자

MBC PD수첩팀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DNA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황 교수팀으로부터 받은 줄기세포 5개의 DNA 가운데 확인이 가능한 것 하나가 환자의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PD수첩팀의 의뢰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DNA 검사를 해준 검사업체가 "두 차례에 걸쳐 받은 시료를 두 번 검사했는데 결과가 달랐다"고 밝혀 검사 과정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PD수첩팀에서 DNA 검사를 의뢰받았던 모 대학에서도 15개 샘플 모두가 판정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석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PD수첩팀의 DNA 검사 결과가 대부분 판독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PD수첩팀은 황 교수팀이 건네준 줄기세포와 체세포.영양세포 5개씩 모두 15개를 다시 4개의 세트로 나눴다. 이 중 한 세트는 변호사가 보관하고 있고, 나머지 세 세트는 검증용으로 썼다. 즉, 검사에 사용한 시료는 모두 45개다. 그런데 그 중 한 개에서만 의미 있는 DNA 지문이 나온 것이다.

민간 유전자 검사업체인 아이디진의 김은영 검사팀장은 2일 "PD수첩팀에서 11월 14일 15개의 시료를 받아 검사한 결과 한 개에서만 정확한 DNA 지문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17일 검사 결과를 받아본 PD수첩팀이 그날 오후 같은 것이라며 15개의 시료를 다시 가져와 재실험했으나 이번엔 15개 모두 판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명확한 DNA 지문이 나온 것이 바로 PD수첩팀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2번 줄기세포다.

PD수첩팀이 모 대학에 의뢰해 검사한 또 하나의 시료 세트는 15개 모두 판독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디진의 김 팀장은 "대부분의 검체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은 DNA가 극미량이거나 검체의 상태가 좋지 않아 DNA가 손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국민이 원한다면 검사 결과 자료와 검사하고 남은 검체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검사는 미국 ABI사의 키트와 분석장치를 이용해 수행됐고, 이는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측은 "(그렇다면) PD수첩의 검사 결과를 믿을 근거가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세 번의 동일한 검사에서 결과가 각기 다르다면 시료가 좋지 않았거나 오염됐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면 이 줄기세포의 진위에 대해 단정지어 평가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배아 줄기세포 전문가인 박세필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소장도 "원래의 시료에 문제가 있었거나 운반 등 처리 과정에서 시료가 오염됐을 가능성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PD수첩 측은 황 교수팀이 건네준 시료 자체가 비정상적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PD수첩팀 한학수 PD는 "2번 줄기세포에 대한 세 차례의 검사 중 한 차례만 판독이 가능했던 셈이지만 이 결과가 논문의 유전자 검사와 불일치하는 것으로 판정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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