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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오를 이유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산지와 일부 소비지 쌀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경우 쌀값은 구정을 고비로 고개를 숙인 뒤 신학기와 영농철이 다가오면 떨어지거나 현저한 약세를 보이는 것이 관례처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의 쌀값 동향은 이같은 과거의 계절적 추세를 거의 벗어 나거나 불규칙한 변동이 자주 나타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런 현상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쌀값의 주요 결정변수가 생산농가 아닌 중간류통상인에 의해 영향 받게 된 결과로 풀이 할 수 있다. 이는 쌀의 상품화 비율이 높아지거나 유통자본의 비중과 영향력이 증대 되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최근의 오름세도 현재 정부 보유 비축미가 2천만섬에 가까와 지난해보다 4백여만섬이 더 많은 점을 고려한다면 유통과정에 문제가 개재되어 있다는 추측을 남게 한다.
현재 값이 뛰고 있는 쌀은 일반미가 중심이지만 앝부 지역에서는 다수확품종 쌀도 지난 연말에 비해 값이 오르는 추세에 있다. 정부보유미의 과잉으로 일부에서는 정부미 먹기운동이 추진되고 있는데도 다수확계 쌀값이 뛴다는 사실은 유통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상품화하고 있는 쌀의 85%이상이 추곡수매 기간을 전후하여 출하된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농가출회분은 그 수량이 미미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뛰고 있는 쌀값의 주도권은 이미 농가의 손용 떠난 유통미의 그 것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의 쌀값 상승은 농가소득에 기여하기 보다는 유통상인들에게 그 잉여가 귀속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정부가 봄철 쌀값 앙등에 대처해야할 이유도 이런데서 찾을 수 있다. 정부보유의 양질미를 집중방출하는 것이 우선 그 첫 과제가 될 것이나 양질 일반미의 보유량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양질미이 무제한 방출과 함께 다수확 정부미의 소비확대로 방출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더 검토해야할 것이다.
지금도 공푸원에 대한 정부쌀 소비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으나, 이런운동은 강제성을 띠기 보다는 꾸준한 설득파 건전한 홍보률 통해 권장해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경제단체서 비롯한 민간의 호응도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통과정의 쌀값조작을 단속하는 일이 중요한데 이는 행정단속과 소비자 협조가 곁들여져야 효과가 있다. 지난해도 연초부터 쌀값이 이례적으로 올라 앙곡취급상들이 가격안정 결의대회를 가진바 있거니와 올해도 그와 비슷한 자율결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문제는 이런 결의가 아니라 양질의 정부미를 포함한 정부비축미의 효율적 활용과 적기의 공급이 더 중요한 대책이다. 이 점에서 보면 정부미 방출가의 끊임 없는 인상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86년까지 양곡기금의 연간 균형을 이룬다는 목표는 이해될 수 있으나 그것이 반드시 방출가 인상으로만 달성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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