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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스파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쓰비시의 포철 기밀 유출사건은 82년 IBM사건을 생각나게 한다.
일본의 대표적 첨단기술산업체인 히따찌(일립)와 미쓰비시(삼능)가 미국 컴퓨터 산업체IBM에서 기밀을 빼내다 적발된 사건이다.
일본기업은 IBM기밀의 쇼핑 리스트를 작성한 뒤 값을 흥정했다.
컨설턴트를 위장한 FBI 수사요원이 직접 몇차례에 걸쳐 컴퓨터 부품, 프로그램, 서류를 돈을 받고 건네준 후 그 사실을 적발했다. 이 사건에서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하나는 일본의 첨단기술 기업이 미국기업의 기밀을 빼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미국기업이 경쟁사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연방경찰마저 이용 한다는 것.
미국방성과 주요기업에 기술예보를 제공하는 기술분석공사(TAG) 의 「시어」사장은 그 때 이런 분석도 했다.
『일본의 반도체 개발실적은 40%까지 첩보에서 얻은 정보다.』 실제로 일본은 90년대까지 VLSI(초대규모 집적회로) 부문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1천5백명의 전문가를 미국에 상주시키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는 그때 산업스파이가 미국에서 연간 2백억달러어치의 기밀을 빼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중심은 일본이 아니라 소련. 코콤(대공산권 수출통제조정위)은 2만명의 소련첩보원이 미국의 전자산업 중심지인 실리콘 밸리등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경고한 적도 있다.
소련의 KGB요원들은 건물에 침임해 기밀을 훔치는 낡은 수법은 즐기지 않는다. 그들은 주로 사람을 매수해서 기밀을 빼낸다. 기업의 사원을 직접 매수하거나 범죄 신디케이트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주요 도면 입수엔 건당 30만달러(약2억4천만원)가 지불됐다.
산업스파이는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대상으로 한다. 일본의 미쓰비시 플래스틱은 자체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제조과정기술을 얻기 위해 미국세라니스 코퍼레이션의 한 공장장을 매수한 일도 있다.
뒤에 사건은 탄로돼 그 공장장은 4년형, 미쓰비시는 30만달러의 벌금을 물었지만 정보는 이미 이용된 뒤였다.
일본 미쓰비시상사가 포철의 기밀서류를 빼낸 것은 비정한기업 경쟁 세계를 보여준다.
일본은 선진기술을 우방의 후발기업에 이전해주기는 커녕 거기서 기밀을 훔치고 있다. 기업보안에도 신경을 쓸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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