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무대 설치기술 낙후 안타까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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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석 이사가 국내 최대의 음향반사판을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무대에 선 연주자나 성악가들이 자신이 낸 소리를 공명현상 없이 다시 들으면서 소리를 조절할 수 있어야 좋은 홀입니다. 공명 여부는 음향반사판이 좌우합니다."

최근 개관한 '김해문화의 전당'에 세계 최대의 음향반사판을 설치한 무대시공 전문업체 ㈜시공사 김명석(46) 이사의 '훌륭한 홀' 기준이다. 그는 국내서 불모지나 다름 없는 음향반사판 제작 전문가.

김해문화의 전당 음향반사판은 70t. 세계 최대로 알려진 일본 도토리현 고리야마홀(40t) 것 보다 30t이 더 무겁다.

100㎏ 짜리 음향반사판 250개와 골조를 포함해 70t인 음향반사판은 3개 벽면으로 이뤄졌다.

전통모터가 3개 벽면을 레일위로 1시간 30분간 천천히 이동시켜 세팅한다.

다른 다목적홀의 경우 교향악연주 때는 천장과 벽에 2t쯤 되는 음향반사판 7개 정도를 배턴(무대장치 걸이용 쇠막대)에 매달았다가 오페라.뮤지컬공연 때는 걷어낸다.

김해문화의 전당 음향반사판은 여려겹의 합판과 멜라민(합성수지 원료)판, M.D.F(톱밥 압착 섬유판)등을 고주파 열처리로 하나의 판으로 견고하며 음향반사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연세대 강당, 충남 당진 문화예술회관 등 전국 400여곳의 다목적홀에 음향반사판을 설치했었다.

그러나 이들 음향반사판들은 합판에 천을 붙이고 수성페인트 칠해 만든 것으로 음향반사율이 낮았다.

5년전부터 외국산 음향반사판이 설치되는 것을 본 그는 이번에 신제품 개발에 성공, 국내외에 특허출원을 했다.

그가 만든 제품은 외국산 보다 변형이 적고 가격도 35% 수준으로 싸다.

실내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1986년 이화여대의 파이프오르간 연주용 다목적홀 공사를 맡으면서 음향반사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4년전부터는 수입산이 차지하는 무대소품 분야에도 진출, 무대바닥, 댄스플로어(발레리나 무대), 덧마루(합창단 발판)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장을 누비느라 회사 대표는 동생에게 맡긴 그는 "세계적인 음악가를 길러낸 우리나라가 무대시공 분야는 낙후돼 안타깝다"며 "동남아 시장을 개척한 뒤 유럽시장에도 도전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daeda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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