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발언에 동교동계 "관악을 지원 안할수도"엄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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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가까스로 봉합됐던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동교동계의 갈등이 8일 다시 불거졌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최고위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뜻은 가신의 지분을 챙기라는데 있지 않다”며 동교동계를 정면 비판하면서다.

추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 가장 분노하고 좌절했던 사건이 (노무현 정부 초기) 대북송금특검”이라며 “(그러나) 김 전 대통령께선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내 반쪽을 잃었다’고 하셨다”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지지세력의 뜻을 받들고 챙기라는 것이 김 전 대통령의 유언”이라며 “가신 그분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묘소 앞에서 분열을 결의 한다는 것은 왜곡된 것”이라며 소리를 높였다.

그러고선 “김 전 대통령의 뜻이 생전에도 사후에도 당신 가신의 지분을 챙기라는데 있지 않다”며 동교동계를 정면 비판했다. “(당내) 지분 논란이 아니라 원칙과 정도의 길을 모두가 걸을 것을 강조하고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추 최고위원이 말한 '지분'이란 권노갑 고문이 7일 국립현충원의 DJ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주류에 60퍼센트, 비주류에 40퍼센트를 배려하는 게 정당 정치의 관행이다. 문 대표에게도 이야기 했다"고 말한 대목을 지적한 것이다.

추 최고위원의 발언을 놓고 동교동계는 하루종일 부글부글 끓었다. 이번 갈등을 앞장서 봉합시킨 박지원 의원은 “지난 11월 5일 문재인 당시 당 대표 후보와 권노갑 고문이 나눈 대화를 추 최고위원이 완전히 오해한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권 고문이 문재인 대표를 만났을때 ‘당 대표가 되면 비주류와 함께 갈 수 있어야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동교동계가 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오해했단 얘기다.

동교동계인 박양수 전 의원은 “정풍운동과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김 전 대통령과 동교동계를 가장 실망시킨 사람이 바로 추 최고위원”이라면서 “그의 발언은 어렵게 뜻을 모은 동교동계가 선거를 지원하지 말라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동교동계 일부에선 7일 결정한 4ㆍ29 재보궐선거 지원을 보류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훈평 전 의원은 “추미애 최고위원이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있는 ‘관악을’ 지역을 가면 지분을 받으러 가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지원을 갈 수 없다”고 비꼬면서 유세 지원 철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추 최고위원이 정식으로 사과해야하고, 당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두고 보겠다”며 향후 동교동계의 선거 지원 일정을 바꿀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동교동계 인사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9~10일 계획된 동교동계 '맏형' 권 고문의 선거 지원 유세는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 고문은 9일 광주 방문에 이어, 10일 서울 관악을 선거사무소 현판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권 고문측 관계자는 “추 의원이 전후사정도 제대로 모르고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건 관악선거에도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면서도 “권 고문은 원칙을 강조하는 분이기 때문에 예정된 광주와 관악을 현판식에 예정대로 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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