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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부 반년째 '개점휴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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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청 민원실. 무인 민원발급기(키오스크)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으려던 지모(29.여)씨가 직원들에게 짜증을 냈다.

주민등록증을 넣고 지문 인식창에 손가락을 대며 20여분간 여러 차례 작동시켜 봤지만 계속 에러 메시지만 떴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는 정부가 민원인 혼자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구청.백화점 등 사람이 많은 곳에 설치한 전자정부 서비스용 단말기다.

서울 역삼1동 사무소에 있는 키오스크는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기능이 아예 차단돼 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민원인들이 사용법이 어렵다며 잘 이용하지 않아 기능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약 3천억원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한 뒤 지난해 11월 서비스에 들어간 전자정부의 많은 기능이 상당부분 개점 휴업 상태다.

당시 정부는 통합 민원 서비스.전자 조달 서비스 등 전자정부 11대 과제를 완료하고 "클릭 몇번으로 국민과 기업들에 최고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까다로운 이용 절차▶부처 이기주의▶법령 미비▶공급자 위주의 서비스 등 여러 문제로 서비스 6개월 만에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제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은 전자 조달 서비스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정부 통합 민원 서비스는 갈수록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루 평균 15만5천건이던 접속 건수는 지난 4월 하루 5만3천건에 그쳤다. 민원 신청 건수도 초기는 하루 평균 1천1백여건이었으나 4월엔 9백50여건으로 줄었다. 오프라인에서 발급하는 민원 서류(3백만건)의 0.095%에 불과하다.

중앙일보가 NHN.야후코리아 등 포털 업체와 공동으로 네티즌 3천7백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자정부 포털 사이트의 인터넷 주소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9%에 그쳤다.

최근 3개월 사이에 전자정부 사이트를 이용해 봤다고 응답한 비율은 13%였다.

민원인이 많이 찾는 서비스는 부처 이기주의, 정부 간 협력 부족으로 이용하기조차 힘들다. 1년에 9백만건쯤 되는 전입 신고는 인터넷으로 할 수 없다. 행정자치부에서 위장 전입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해 좌절됐다.

법령 미비도 문제다. 온라인 민원은 신청과 열람만 가능하고 온라인 발급이 안된다. 온라인으로 신청한 뒤 해당 서류를 받으려면 직접 동사무소를 찾아가거나 우편을 이용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발급된 서류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교사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채 현재 전교조의 반대로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한국전산원 서삼영 원장은 "전자정부는 정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과도기적 혼란을 빨리 수습하고 효과적인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체제 정비.운영 조직의 전문화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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