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득 안되는 노건평씨의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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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의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공방을 지켜보고 있으면 갈수록 헷갈리고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농사 지으면서 이 땅, 저 땅 사고 하다 보니 거래가 복잡해진 것일 뿐"이라는 건평씨의 해명은 갈수록 의혹만 부추기고 있다.

해명이라고 내놓은 말이 또 다른 의문을 증폭시키고, 해명 내용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우니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끼워 맞추기 변명만 늘어놓기 때문이다.

가장 의심스러운 점은 건평씨의 부동산 거래에 盧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만 등장하고, 매각대금은 盧대통령이 운영한 장수천과 지방자치실무연구소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 주장대로 실질적 소유주가 盧대통령인데 이를 감추자고 하니 해명을 해도 의문만 커지는 것은 아닌가. 여기에 일부 재산가가 수억, 수십억원의 돈을 투자만 하고 회수는 하지 않으니 장수천과 부동산이 정치자금을 세탁하는 정거장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盧대통령은 지난해 관훈토론회에서 "1989년 자동차 매매상사를 판 돈을 진영 땅으로 바꿨다"고 말했지만 등기부등본에 盧대통령의 이름은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92년 법원이 진영 땅 일부가 盧대통령 소유라고 판결했지만 98년 명의신탁 해지를 통해 넘겨받은 것은 盧대통령의 운전사다. 이 운전사는 장수천의 대표, 건평씨의 김해 땅 명의인으로도 등장하고, 그 부인은 건평씨 처남이 건평씨 땅을 낙찰받도록 6억원을 빌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누가 봐도 땅을 살 이유나, 돈을 동원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수억원대의 땅을 사고판 데 대해선 적절한 설명을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의혹의 눈길이 盧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는데 청와대가 야당과 일부 언론의 정치공세로 몰아세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소상하게 전말을 밝혀 설명할 것은 하고, 양해와 사과를 구할 것은 구하는 것만이 불필요한 국력소모를 막고, 국정운영의 차질을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