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조금 횡령…비리 부른 사회적기업 오페라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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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부 등을 조작해 수억원의 국가보조금을 빼돌린 오페라단 단장과 단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해외와 국내 유명대학을 다닌 인재들이었지만 취약계층이라고 속여 경기도 지정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국가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보조금관리법 위반 등)로 A오페라단 단장 최모(5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같은 혐의로 문모(57)씨 등 오페라 단원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경기도 수원시에서 오페라단을 운영하면서 197차례에 걸쳐 출근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수법으로 1억70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챙긴 혐의다.

또 영상이나 전단 제작 등을 외주업체에 맡기면서 대금을 카드로 결제한 뒤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고 12곳의 시·군청에서 224차례에 걸쳐 2억원 상당의 허위 보조금을 타낸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단장 최씨는 공연 수익금과 법인자금을 직원들 급여나 퇴직금을 지급한 것처럼 처리해 231차례에 걸쳐 1억여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오페라단은 2011년 경기도에 의해 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다. 사회적 기업은 장애인이나 실업자·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최씨 등은 해당 지자체에서 출근 명단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점을 노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단원들에게 "출근부에 서명할 때 필체와 펜을 바꿔 여러 사람이 쓴 것처럼 보이게 하라"며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씨는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단원으로 고용했다”고 주장하며 사회적 기업 지정을 받았다. 하지만 단원들 대부분이 국내외 유명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인재들로 개인 레슨 등을 통해 매달 200만~3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단원들의 경우 소득신고가 되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취약계층으로 고용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비슷한 국가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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