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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가 동료들 명의 도용해 졸피뎀 9000정 투약

중앙일보

입력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며 동료들의 명의를 도용해 졸피뎀을 처방받아 상습 투약한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범행이었다.

광주경찰청 마약수사대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상습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33·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박씨는 2013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광주광역시 29개 병원 신경정신과를 270여 차례 돌며 수면유도제인 졸피뎀 9000정을 처방받아 상습 투약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박씨는 함께 근무하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동료 12명의 명의를 도용해 병원에서 진찰받고 졸피뎀까지 처방받았다.

두 차례 마약 전과가 있는 박씨는 우울증과 불면증 증세로 졸피뎀을 투약해 오다가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자 더 많은 졸피뎀을 처방받으려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명의 도용 피해자들이 연말정산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의료비가 청구된 것을 발견하면서 밝혀졌다.

박씨의 범행이 가능했던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관리하는 처방공유시스템을 통해 병원끼리 환자에 대한 처방정보를 공유할 수는 있어도 타인의 인적사항을 도용할 겨우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불러주고 진찰받아도 본인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 처방시 실질적인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며 "신원 확인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도록 관계 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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