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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무게 버거웠나, 주저앉은 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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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손연재는 2016 리우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린다. 체력 유지와 부상 방지가 관건이다. 2013년 5월 국가대표 선발전 도중 플로어에 주저앉아 쉬고 있는 손연재. [중앙포토]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1·연세대)가 발목 부상으로 쓰러졌다. 5일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월드컵에서 후프 연기 도중 점프 착지를 하다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졌다. 임기응변으로 연기를 마쳤지만 이내 발목이 부어올랐다. 통증까지 더해 결국 종목별 결선을 중도에 포기했다. 며칠 휴식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리듬체조계엔 비상이 걸렸다.

 손연재는 2010년 시니어에 데뷔한 이후 해마다 성장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5위,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 4위에 이어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제 손연재가 노리는 건 2016년 리우 올림픽 메달이다. 지금 실력을 유지하면서 컨디션 조절을 잘 한다면 세계 3위권 진입이 가능해보인다.

 하지만 리듬체조 선수로서 적잖은 나이가 부담이다. 올해 손연재의 나이는 만 21세. 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엔 22세가 된다. 리듬체조 선수들은 대개 20대 초반에 은퇴한다.

손연재가 발목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월드컵 연속 메달 행진을 12개 대회에서 마감했다. [JTBC 캡처]

 리듬체조는 종목 당 1분30초동안 우아한 연기를 펼친다. 겉보기엔 별로 힘들지 않은 예술 스포츠처럼 보이지만 어느 종목보다 운동 강도가 센 종목이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윗몸일으키기 등 근력 훈련을 100개 정도 한다면 리듬체조 선수들은 1000개 이상을 해서 몸을 만든다. 정적인 근육과 동적인 근육을 쉬지 않고 사용하기 때문에 몸 만들기가 필수다. 제자리 점프에 이어 손끝으로 감정을 표현하려면 강력한 체력과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다른 종목 선수들이 20대 중반에 절정기를 맞는데 비해 리듬체조 선수들은 10대 후반이 지나면 절정기를 지난 것으로 본다. 간혹 20대 중반까지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위권에 입상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세정 연구원은 “리듬체조 선수들은 수명이 짧은 편이다. 리듬체조 강국인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선수들은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다져 20대 중반까지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지만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은 뒤 체력 저하로 20대 초반에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08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자력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했던 신수지(24)도 20세이던 2011년에 은퇴했다.

 손연재도 체력 저하의 기미가 뚜렷하다. 지난달 29일 포르투갈 리스본 월드컵은 이번 시즌 손연재가 첫 출전한 공식 대회였다. 종목별 결선에서 처음 실시한 후프 연기는 파워가 넘쳤지만 볼·곤봉·리본 종목으로 갈수록 힘이 부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급기야 5일 루마니아 월드컵에서는 점프 착지 도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 다음 주 중 입국해 오는 18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할 예정이지만 그 때까지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내년 올림픽 무대에서 경쟁하게 될 러시아 선수들은 손연재보다 훨씬 어리다. 야나 쿠드랍체바(18), 마르가리타 마문(20), 알렉산드라 솔다토바(17) 등이 손연재와 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선수들은 손연재보다 표현력에선 부족하지만 힘이 넘치는데다 연체 동물같은 유연성까지 갖추고 있다. 이들과 대등한 맞대결을 벌이려면 체력 관리가 필수적이다.

 체력 관리의 핵심은 일관된 체중 유지다. 차상은 리듬체조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은 “살을 빼기 위해 무조건 먹지 않는 건 오히려 체력에 마이너스다. 필요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며 “시합 직전에 급격하게 살을 빼는 게 가장 나쁘다. 4개 종목을 연기하려면 체력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일정 체중을 유지하다 대회 직전 0.5㎏ 정도 늘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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