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장수기업 ① 제임스 본드의 총이 489년 됐다? 총기 명가(名家) 베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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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매력적인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

본드를 탄생시킨 소설가 이언 플레밍은 본드 시리즈의 첫 번째인 1953년작『카지노 로열』에서 제임스 본드에게 베레타 ‘제트 파이어(Jetfire)’권총을 쥐어줍니다.

소설 속에서 묘사된 베레타 제트 파이어는 작고 날렵한 권총입니다.

악당들이 다루는 우악스럽게 생긴 다른 총들과는 달리 베레타는 ‘제임스 본드의 양복 라인을 망가뜨리지 않는’ 총으로 나옵니다. 한 무기 전문가는 이언 플레밍에게 “베레타는 아가씨들이나 드는 총이다”며 불만이 섞인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네요.

1954년 출간된 제임스 본드 시리즈『007 네버다이(Never die)』와『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1956년)』에도 베레타 권총이 등장합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 베레타 권총은 이탈리아 장인(匠人)인 바르톨메오 베레타가 처음 만들었습니다.

1526년에 설립되어 무려 4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레타는 화승총 총신 185개를 베네치아 병기창에 납품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총기 거래가 이뤄졌던 영수증이 아직도 본사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우고 구살리 베레타와 그의 두 아들인 피에트로와 프란코가 대(代)를 잇고 있습니다. 어언 15대에 걸쳐 기술을 전수해 가업을 이어온 회사입니다. 베레타 USA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되어 있기도 합니다.

베레타의 지주회사인 베레타 홀딩스의 경우 매출이 지난 2013년 6억3820만 유로(약 76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10년 매출(4억5020만 유로)에서 42% 늘어난 수치입니다. 2013년 기준 베레타 홀딩스의 직원은 2970명입니다.

베레타 홀딩스는 사냥용 의류 등 아웃도어 용품도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최첨단 총기 제작기술을 넘어서서 2012년에는 광학 전자 제품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베레타만 언급하면 다른 장수 기업들이 섭섭해할 법도 해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제임스 본드가 한 번씩 들었던 총들을 살펴보면 전부 역사가 오래된 총기 명가(名家)에서 만든 것입니다. 물론 베레타가 가장 유서깊지만요. 대표적으로 미국 총기 업체 레밍턴(1816년)과 콜트(1836년)가 제임스 본드 소설에 각각 언급됩니다. 특히 콜트는 M16과 카빈총을 만든 회사로 유명하지요. 콜트는 미 육군 대령 새뮤얼 콜트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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