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 안을 취미 아지트로 바꾸는 비결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21호 14면

1~4 취미생활을 주제로 공간을 꾸민 39디자이너스 초이스39 부스. 도예가 이윤신은 숲 속 같은 다실을(사진 1), 건축가 이혁과 최용훈은 북아트 아틀리에를 꾸몄다(사진 2). 또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형원의 오디오룸(사진 3), 건축가 시모네 카레나와 마르코 브루노의 게임룸(사진 4)도 관람객을 맞는다.
책상에 앉아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고안된 옥시데스크.

저녁이 있는 삶은 아직 요원하다 해도 취미가 있는 삶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개인적인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겠다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이다. 취미가 특이하기까지 하면 ‘난 이런 사람’이라는 캐릭터 구축도 가능해진다.

2015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가보니

21회를 맞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역시 이를 간파했다. 그간 친환경·가족·일상예술 등 트렌드에 맞는 키워드를 내놓던 주최 측이 이번엔 ‘취미생활’을 집어들었다. 집을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닌, 취미의 아지트로 바라본 것이다.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주제에 맞게 공간을 꾸미는 ‘디자이너스 초이스’, 260여 개 브랜드가 제품을 선보이는 박람회, 브랜드들이 아티스트와 협업한 ‘리빙 아트’ 전시 등이 마련됐다.

음악감상·북메이킹·게임 … 취미와 취향의 만남
전시장 가운데서 중심축을 잡고 있는 것은 ‘디자이너스 초이스’ 부스다. 주홍빛 외벽이 도드라지게 선명하다.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접하는 건 도예가 이윤신이 꾸민 다실. ‘정글의 아침’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무성한 풀과 꽃이 핀 숲 속에 한 여인(이씨의 실물 크기 인형)이 앉아 있다. “정원을 티룸(tea room)처럼 꾸며, 숲 속에서 힐링 하듯 여유로운 일상을 보여주려 했다”는 게 제작 의도다. 그 정원에서 꽃과 나무는 그가 빚은 도자기다. 다기를 쌓아올리고 물이 떨어지도록 고안한 작은 연못 역시 작가만의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그 옆으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형원(어반 웍스)의 오디오룸이 자리한다. 정면에서 보면 두 개의 대형 스피커 사이로 오디오가 설치돼 있고, 그 앞쪽으로 단순한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을 뿐이다. 실제 클래식 음악 감상이 취미인 박씨는 자신의 사무실에 있는 제품을 그대로 옮겨 왔다고 한다. 1900년대 초 독일 영화관에서 썼던 진공관식 오디오다. 음악 역시 즐겨 듣는 베토벤 곡과 정명훈의 피아노 연주곡으로 선곡했다. 그는 “최신 오디오처럼 세련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소리를 내는 옛날 오디오에 매력을 느낀다”면서 “행복은 나만의 취향 안에서 존재한다”는 설명을 더했다.

오디오룸이 단순함을 지향했다면 마주하는 공간은 확장된 이미지로 다가온다. 건축가 이혁과 최용훈(스튜디오 OL)이 만든 북아트 공방이다. 둘은 사진과 프린팅의 대중화로 출판이 취미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여겼고, 이를 집으로 끌어들였다. 정면과 양 면에는 금속 막대가 층층이 규칙적으로 박혀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 “책을 만든다는 건 결국 페이지 페이지 펼쳐놓고 순서를 뒤집고 내용을 넣고 빼는 과정 아닌가. 막대 끝이 자석인데, 거기에 종이를 각각 붙여 그 작업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동선상 마지막이 되는 이탈리아 건축가 마르코 브루노와 시모네 카레나(모토엘라스티코)의 공간에선 허를 찔린 느낌. ‘게임룸’이라는 주제를 달았지만 흔히 떠올리는 컴퓨터 하나 없다. 형형색색 매트들이 퍼즐처럼 벽과 바닥을 채울 뿐이다. 그들에게 돗자리는 한국 야외 놀이 공간의 상징이다. 언제 피크닉을 떠날지 몰라 차 트렁크에 항시 준비해 둔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은 두 사람은 돗자리를 집안에 설치해 주말의 모험을 주중과 실내로 넓혔다.

5 북유럽 가구 브랜드 39덴스크39의 테이블.

가드닝·목공 등 DIY와 인테리어 소품이 대세
브랜드들도 저마다 취미를 즐기기 위한 리빙 아이템을 선보였다. 올해 국내에 진출한 ‘이케아’는 ‘디자인은 나의 열정, 홈퍼니싱은 나의 취미’라는 주제로 5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집을 꾸미는 일 자체가 즐거운 취미생활로 이어질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한다는 의미다. ‘패션 디자이너가 사는 집’이라 명명한 부스에선 다양한 패브릭과 소품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 솔루션을, ‘우리 아이 놀이터’는 창의력 개발을 위한 놀이 공간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이는 행사가 전체적으로 부피 큰 가구에서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비중을 옮기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재봉·목공·유리 페인팅 등 DIY 관련 상품도 전시 품목의 대세를 이뤘다. 개인이 운영하는 공방 일부는 아예 작업 기계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고 관람객들에게 제작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밥과 반찬이 함께 되는 밥솥, 1~2인용 오븐 토스터를 선보인 ‘레꼴드’ 부스와 베란다 텃밭 세트, 테라리엄 만들기 같은 미니 가드닝 아이템을 소개하는 ‘지렁이 총각’ 부스가 특히 인기였다.

취미에 취향을 업그레이드 시킨 아이템은 ‘리빙 아트’ 부문에 집중됐다. 스피커와 조명을 하나로 합쳐 인테리어를 완성시키거나(야마하뮤직코리아), 포터블 스피커에 고급스러운 컬러감을 내세우는(비파 코펜하겐) 식이다. 여인이 드레스 입은 모습을 형상화한 까사부가티의 주방 가전 역시 생활의 즐거움을 더하는 세련된 디자인이 빛났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일반 1만원, 바이어 8000원. 문의 02-2262-7191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