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썰전] '자살비행'에 따른 정신질환자 고용 규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조종사가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를 고의 추락시킨 정황이 밝혀지면서 조종사 자격심사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논쟁의 실마리를 제공한 독일 저먼윙스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신경과와 정신과 의사들로부터 수차례 진료를 받았고 또 시력 때문에 병원을 찾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 같은 병력과 사고의 연관성이 부각되면서 ‘정신질환자의 고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찬반 의견이 크게 갈리는 이유는 정신질환의 범위가 넓고, 해당자도 많을 뿐 아니라 사생활 침해 우려까지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중앙일보(www.joongang.co.kr)가 토론방 ‘디지털 썰전’에서 ‘정신질환 경력 조종사의 퇴출’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정신질환 경력 조종사는 퇴출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89%(292명)로 ‘한번 앓았다고 죄악시하는 건 잘못이다’라는 반대 의견 11%(35명)보다 많았다. (2일 오전 11시 기준)

퇴출을 주장한 네티즌들은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는 상식이라며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다수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에서 절대적으로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책인데 당연히 정신질환자는 배제해야지 이걸 또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내세울 건가? 상식대로 살자”(whwjdtjr), “고 위험군 직종은 정신 질환을 비롯해 엄격하게 신체 상태를 체크하고 부적합하면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 처사다”(isj4412) 등의 의견이다.

일부 네티즌은 무조건적인 ‘퇴출’보다는 보직 변경 등의 유연한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운전대는 절대 맡기지 않는 선에서 지상근무 하면서 생계에 지장 없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kevinmomo), “조종이 아닌 다른 보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겠다”(hkbyun) 등의 제안이다.

“수년 전 있었던 일로 직업 선택을 막아서는 안 된다”(cockpit) 등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또 무조건 퇴출시키는 것보다 철저한 자격 심사나 건강 검진 등의 제도적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들은 “무분별 규제를 하게 되면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치료를 꺼리거나 질환을 가졌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인 1조 등의 디테일한 시스템적 정비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pop4592), “무조건 배척할 게 아니라 문제가 발생해도 최악으로 가지 않게 주변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극단적으로 따지면 아무 일도 못할 것 같다”(insung1207)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