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아닌 네티즌 정보까지 … "페이스북, 무차별 불법수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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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또다시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무단 수집 논란에 휘말렸다. 페이스북 회원이 아닌 이용자들의 웹 경로까지도 동의 없이 추적했다는 보고서가 유럽에서 공개되면서다.

 페이스북·구글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거물 기업들에 대해 개인정보보호 위반 혐의를 제기했던 유럽연합(EU)의 법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가디언 등 외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벨기에 연구진이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페이스북이 페이스북닷컴(facebook.com) 내 페이지를 방문한 모든 사람들의 웹 브라우저 이용 경로를 추적해 왔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정책은 EU법 위반이다’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지 않았거나 계정이 없는 비회원은 물론 페이스북의 웹 경로추적(트래킹 쿠키 기능)을 거부한 방문자들의 웹 경로까지 추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은 이번에도 이용자들의 웹 활동 정보를 수집하는 데 쓰는 ‘트래킹 쿠키’를 활용했다. 개인이 특정 페이스북 페이지에 방문하는 즉시 이 사용자의 컴퓨터에는 페이스북 트래킹 쿠키가 생성된다. 이후엔 사용자가 ‘좋아요’ 같은 페이스북 기능과 연결된 웹페이지를 방문할 때마다 쿠키가 방문 사실을 페이스북에 전송한다. 광고·미디어는 물론 공공기관 홈페이지도 페이스북에 연동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들의 웹 이력의 대부분이 페이스북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이런 홈페이지가 1300만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 EU 프라이버시법에선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개인의 웹 이력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홈페이지는 방문자들에게 쿠키 기능에 동의하는지 묻는다. 페이스북은 EU의 규정을 어긴것이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대변인은 "올해 초 바뀐 프라이버시 규정은 EU법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사용자들의 동의 없이 감정조작 실험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샀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6월호에 실린 이 실험 논문은 2012년 초 1주일간 페이스북 사용자 68만9003명에게 적용된 실험 결과였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사용자들은 “우리를 실험쥐 취급했다”며 분노했다. 영국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페이스북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페이스북의 성장에 미친 영향은 별로 없다. 사용자는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쓰는 14억 명은 개인정보가 광고에 활용되는 데 이미 동의했고, 개인정보 못지않게 이 서비스의 가치를 높게 친다”며 “쿠키 기능을 없앨 수도 없어 법적 제재는 실효가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정보수집 야욕은 사용자 정보가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의 93%를 광고에서 벌어들였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광고 플랫폼인 페이스북은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사용자 취향에 따라 맞춤형 광고·콘텐트를 보여준다.

 페이스북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미국 IT기업들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해 돈을 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구글세(稅)를 비롯한 유럽의 잇따른 규제를 경제적 견제 목적이라고 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2월 IT전문매체 리코드와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유럽의 제재는 유럽 IT기업을 도우려는 상업적인 목적”이라며 “미국 기업과 경쟁하기 힘들기 때문에 장애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KAIST 기술문화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구글 등은 개인정보를 근거로 한 빅데이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정보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견제하려는 유럽과 혁신적 시도를 더 우선하는 미국의 인식 차이로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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