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정일이 좋아한 한국 노래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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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좋아한 한국 노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좋아한 한국 노래는 ‘눈물 젖은 두만강'이다. 2007년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문학예술부문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에서 밝혔다. 북한은 한국 노래 가운데 1920년대~해방전까지 나온 노래를 ‘계몽기 가요’라고 부른다. 눈물 젖은 두만강이 계몽기 가요에 해당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외국 방문을 마치고 두만강을 건널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눈물 젖은 두만강' 이었다”며 “그 노래는 조선 사람들의 서글픈 감정과 해방의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노래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각별한 애정 탓인지 북한의 대집단체조인 ‘아리랑’에서 이 노래가 제일 먼저 등장했다.

계몽기 가요는 고려호텔 등 평양 시내의 노래방에 수록돼 있다. 중국 등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식당에서도 접할 수 있다. 계몽기 가요의 대표적인 노래는 '눈물 젖은 두만강' 이외에 ‘고향의 봄’, ‘황성옛터’, ‘찔레꽃’, ‘봉선화’, ‘반달’, ‘번지 없는 주막’ 등이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눈치를 보느라 마음 편히 부르지 못한다. 김 위원장이 계몽기 가요를 TV와 라디오로 내보라고 지시하고, 덮어놓고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야단쳐도 말이다. 그 이유는 계몽기 가요를 여전히 퇴폐적인 유행가로 인식하는 북한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 탓이다. 괜히 눈치 없이 불렀다가 꼬투리라도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대로 비유하면 신병이 사단장의 말만 따랐다가 오히려 고참에게 혼나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김 위원장은 계몽기 가요와 해방 이후 한국에서 창작된 노래를 구별할 것도 주문했다. 그는 “해방 후 남조선(한국)에서 계몽기 가요와 비슷한 종류의 노래들이 많이 창작돼 퍼졌는데 이런 노래들을 계몽기 가요로 잘못 알고 부르는 현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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