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항공 안전 위해 조종사 정신건강까지 살펴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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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24일 프랑스 남부 알프스산맥 근처에서 추락해 탑승자 150명 전원이 숨진 독일 저먼윙스 9525편의 사고 원인이 정신 관련 질환을 겪던 조종사의 의도적인 자살비행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기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새 부기장이 조종실 문을 안에서 잠그고 일을 벌였다 .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에미레이트항공·에어캐나다 등 상당수 해외 항공업계는 유사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조종실엔 반드시 2명이 상주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대한항공 등 일부 항공사가 이를 제도화해 ‘나 홀로 비행’을 막고 있다. 항공 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를 모든 항공사가 실시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그래야 승객이 안심할 수 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조종사의 정신건강을 의학 검진 과정에서 더욱 꼼꼼하게 검사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40세 이하 조종사들의 우울증·불안·약물남용의 위험성을 이미 수차례에 걸쳐 경고해 왔다. 영국의 경우 민간여객기 조종사 중 100명 정도가 우울증 전력이 있고 42명은 약을 복용 중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비슷한 사고나 상황이 없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행여나 정신적 이상이 있는 조종사에게 승객 안전을 맡기는 일이 없도록 항공 당국은 관련 제도를 일제 점검하고, 허점을 발견하면 즉시 보완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항공 분야의 특성상 승객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꼼꼼한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는 필수다. 항공에서 안전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