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김경언·이정상, 기아 4연승 젊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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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3월 시범경기 때다. 경기 전 광주구장에서 기아 김성한 감독은 모(母)기업 홍보팀과 인터뷰를 했다. 갑자기 "김감독 야구는 무슨 색입니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김감독은 허를 찔린 듯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푸른색이지요"라며 씨익 웃었다. 옆에 있던 기자들이 "기아하면 화끈한 야구인데 붉은색이 더 맞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김감독은 "깨끗하고, 원칙에 입각한 야구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푸른 야구?

일단 '글쎄…'라는 생각부터 든다. 다혈질인 김감독의 기질에다 기아의 간판타자 이종범은 33세의 고참선수다. 선발투수의 주축인 리오스.키퍼 등 외국인 선수도 푸른색과 별 인연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시즌 개막 전 김감독이 피력했던 '색깔론'에 대해 요즘 고개가 끄덕여진다. 적어도 풋풋한 청춘이 뿜어내는 푸른 열기만큼은 김감독의 주장에 수긍이 가게 한다.

22일 현재 기아의 1군 엔트리 26명 중 9명이 고졸 3년차 이하다. 고졸 신인만도 6명.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대표주자는 3년차 외야수 김경언(21)이다. 경남상고 출신인 김경언은 21, 22일 광주 롯데전 두 경기 연속 결승타를 때려냈다. 22일에는 2-3으로 뒤진 3회말 동점 적시타에 이어 4-4 동점이던 5회말에는 무사만루에서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기록했다. 21일에는 1-2로 뒤지던 6회말 대타로 나서 2타점 역전 3루타를 때려 승리의 주역이 됐다.

또한 주전 중견수 박재홍 대신 기용된 고졸 신인 이정상은 22일 4타수2안타.2타점을 기록했고, 잠수함 투수 신용운(고졸 2년차)은 21, 22일 이틀 연속 구원승을 따냈다. 내야수 서동욱.김주호, 투수 조태수.고우석 등 고졸 신인들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 '젊은 기아'의 최근 4연승에 밑거름이 됐다.

김성한 감독이 신인급 선수를 대거 기용한 큰 이유는 박재홍 등 주전들의 부상 때문이다.

그러나 포지션의 완전 경쟁으로 느슨해진 분위기를 휘어잡겠다는 의도도 있다.

비록 상대가 약체 롯데이기는 하지만 최근 4연승은 위에서 삼성.현대에 치이고, 아래서 LG에 바싹 쫓기는 기아로서는 보약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푸른' 새끼 호랑이들의 분발은 내일을 위한 투자이기에 더욱 희망적이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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